베일에 감춰진 그 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실로 장편소설, 그것도 외국작가의 장편소설은 무척 오랜만에 읽었다. 열쇠구멍 속으로 보이는 바티칸의 모습, 그곳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는 신작 종교 스릴러이다. 베일에 감춰진 신성한 영역이 궁금하기도 했거니와 <폼페이>, <유령 작가> 로버트 해리스가 쓴 최신작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책은 교황이 선종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콘클라베라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내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콘클라베.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를 지니다'는 뜻이다.
13세기부터 교회는 이런 식으로 추기경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보안책을
마련했다. 식사와 잠을 제외하고, 교황을 선택하기 이전에
추기경들은 이곳 성당을 벗어날 수 없다.
마침내 추기경 선거인단만 남았다.

 

내 몸은 흙이요, 명성은 수증기이며, 종말은 잿더미로다.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전세계 모든 추기경이 바티칸에 모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싸움, 경쟁, 아귀다툼, 편가름, 폭로, 회개...그리고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까지. 외국작가 소설을 비교적 멀리했던 내게 이 책은 며칠 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다이내믹한 전개를 이어갔다.

결혼과 함께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을 카메라를 갖고 자세히 들여다 본 느낌이 든다. 하느님이 정해준 사제라는 직함.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다리 역할을 하지만, 그들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안에서도 정치적 다툼이 있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 간의 숨막히는 심리전도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두 번의 콘클라베가 있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게 되어, 앞으로는 짧은 뉴스라도 큰 관심이 생길 듯하다. 스토리와 배경의 세밀한 묘사를 한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