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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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큰 글씨와 예쁜 그림이 어우러져 그림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이건 분명 '잔혹한 동화책'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2017)은 독특한 제목만큼 내용 구성도 특이했다.

우선, 이 책을 쓰게 된 작가의 발상부터 흥미롭다. 가정을 해보는 거다. 1억 2,700만여 명의 일본 국민을 100명이 사는 마을로 압축했을 때, 어떤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지 현실을 들여다보는 거다. 물론 일본의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약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거의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각종 통계와 데이터를 퍼센테이지(%)로 보여주고 이를 사람수로 계산하여 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100명 중 13명이 어린이이고, 61명이 생산 가능한 노동자이며, 26명이 노인이다. 2050년에는 아동이 13명에서 10명으로, 생산인구는 52명으로 줄어들고, 노인은 39명으로 늘어난다. 2050년, 내 나이가 몇이 될까 계산해보니 노인에 속하게 될 시기인데, 10명 중 4명이 노인이라고 하니 실제로 와닿았다. 그리고 바로 현실감각이 느껴졌다.

말로만 노령화사회, 노령사회 속도가 빨라진다고 했지,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수치화된 데이터로 정확하게 보니,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아주 행복하고 고요한 그림과는 상반되게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일부러 반어적으로 표현했구나 생각했다.


앞에 잔혹동화가 나오고, 이후 이 데이터들을 근거로 저자인 에가미 오사무의 자세한 상황설명과 대책이 이어진다. 일본의 자산관리사인 저자는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로 3가지 자본을 든다. 그것은 사람(자기 자신), 돈, (인간)관계이다. 돈에 얽매이는 삶을 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염두에 두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더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잔혹하다는 것을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터로 극명하게 대변해주고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것. '어마무시'하다는 게 바로 이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이다.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이고, 매일 6명이 과로로 자살한단다. 대한민국은 가이아나라는 나라 다름으로 자살이 많은 나라이다. 씁쓸하고, 힘이 빠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게 현실인 걸 어쩌나. 조금 아쉬웠던 건, 띠지에 '최고 자산관리전문가가 알려주는 '잔혹한 오늘'을 '행복한 내일'로 바꾸는 비법'이라고 써있었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 답을 사람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뜬구름 잡는 희망고문 말고,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바람직한 대책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저자가 던지는 화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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