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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니나 리그스 지음, 신솔잎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어떻게 할까. 이 감정, 이 기분을.
슬플 거라는 예상은 했다.
죽음을 앞둔 서른여덟 작가가 전하는 인생의 의미. 부제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먹먹해져서 이 책을 열어보지도 못한 게 벌써 일주일.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나와 비슷한 환경의, 나와 비슷한 가족력을 지녀 이 책을 읽는 순간 도저히 그 감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후 책장을 열었을 땐, 도저히 내려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글에 집중했다. 올해 2월,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읽으니 더욱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과를 알고보니 그녀의 생각과 행동들이 더 안스러웠다.
<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아직 채 열 살이 되지 않은 두 아들과 남편과 함께 지내던 한 여자가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후의 삶과 심경들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책이다. 인생의 반도 오지 않은 서른여덟의 나이에 깨닫은 인생의 의미란 원망이 아니었다. 불평과 불만이 아니었다. 온전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겠지만, 남편인 존과 항상 이야기를 나누고 논의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작가인 니나 리그스는 미국의 유명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5대손이자 영문학을 전공한 선생님이기도 했다. 평온한 일상에 암이라는 갑작스런 폭풍이 닥치고 생활이 180도 달라지게 되었다. 집안에 암 걸린 사람이 많았던 터라(심지어 할아버지가 유방암)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지만 이렇게 이른 나이에 닥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차근차근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가의 엄마는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쯤 세상을 떠났는데 병명이 다발성 골수종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같은 병으로 작년에 돌아가셨기에 내 감정은 더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다. 늘 병원에 같이 가서 그녀를 돌봐주던 티타와 함께 암을 앓았던 지니, 그리고 엄마와 아빠, 남편, 아이들까지. 아이들에게도 현명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사라질 엄마의 빈자리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는 걸 보고 내 마음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가 만일 작가와 똑같은 상황에서 두 아이와 남편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과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하다가 결국 후회하며 가슴을 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쯤은 깊게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전체에 걸쳐 나오는 몽테뉴의 <수상록>을 찾아봐야겠다. 니나 리그스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몽테뉴의 영향이 꽤 컸나보다. 몽테뉴는 교과서로만 만났지, 실제로 수상록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수상록>의 글귀가 정말 공감되고 좋았다. 그리고 그 책의 배경을 작가가 상세하게 설명해주니 더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읽었던 <숨결이 바람 될 때>의 폴 칼라니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인생서. 마지막 부분의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