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팔리는 한 줄 카피 - 길거리 POP부터 TV광고까지 실전 카피 쓰기의 모든 것
가와카미 데쓰야 지음, 이자영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한때 내 책장을 가득 채우던 광고책, 카피책은 빛바랜 고전이 되어 버렸고 더 이상 감흥을 주지 않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이론은 이론일 뿐, 실무 경력이 중요하다는 근자감이 하늘을 찌르던 나날을 보냈다. 광고책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많아 더 이상 집어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책,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는 받아들자마자 바로 읽어보고 싶었다. 17년이나 카피라이터로 지내오면서도 아직 그 '한 줄'이 어려워서 눈뜬밤을 보내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짜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장 어제도 그 '한 줄' 때문에 잠도 못 자고 5잔의 커피와 핫식스로 밤을 지새우며, 백만 톤급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놈의 '한 줄' 때문에.
이 책에서는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를 위한 법칙이나 원칙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실 그런 건 없기 때문이다. 수학공식처럼 딱딱 떨어지는 법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 원칙이나 법칙을 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광고인 노벨평화상이나 노벨수명연장상 정도 받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가와카피 데쓰야는 일본 카피라이터이자 브랜딩 연구소의 대표이다. 꽤 많은 수상경력과 함께 '스토리 브랜딩'이라는 말을 가장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한다. 흥미로웠다. 지금은 제품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제품에 스토리를 담아 공감하게 만들어 파는 게 광고라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의 광고사례와 전설의 카피라이터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읽기가 편했다. 카피라이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걸 보면, 과연 카피라이터가 쓴 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물건을 파는 '한 줄 카피'를 위해 5W 10H를 기억하라고 한다.
뉴스가 되고, 나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것을 제시하고, 욕망을 자그가고, 공포와 불안으로 부드럽게 위협하고, 신뢰를 판매와 연결하는 5가지 가이드라인, 한 줄로 불티나게 팔기 위한 10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물건을 어떻게 팔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르게', '다르게'는 카피라이터가 가장 많이 듣는 단어이자, 가장 몸서리치는 단어이다. 남들과 달라야 소비자가 한번이라도 더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다름'을 보여줘야 하니 광고인은 늘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고 또 수명도 자꾸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10가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주는 만큼, 생각이 막힐 때 한번씩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뭔가 원칙이나 법칙을 얻는 대신 '초심으로 돌아가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실무로 말랑말랑해졌다고 믿었던, 실은 굳을대로 굳었던 내 생각의 녹을 닦아내고 있다.
문득, 광고를 시작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부모님의 반대를 뿌리치고 휴학을 하고, 광고공모전에 미쳐서 여럿이 모여 밤새 아이디어 짜고, 상도 받고, 졸업 전에 운 좋게 취직이 되었고, 이후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참, 뜨겁게 살았구나 스스로 칭찬해주며.
같은 바닥(?)에서 일하는 남편과 나는 늘 이야기한다. 이제는 딴일 하자, 제 명에 못 살겠다, 마음이 더 편해지는 일을 하자. 하지만 둘 다 안다. 쉬이 떠나지 못하리란 걸. 수백 가지의 이유와 불평이 있으면서도 섣불리 이 바닥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생각의 고통만큼 만족도가 그만큼 큰 매력적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잘 팔리는 한 줄 카피'를 위해 밤을 꼬박 새우고 있는 카피라이터에게 박카스 한 병 내밀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