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 - 낀 세대라 불리는 이 시대 중년 이야기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낀 세댈 불리는 이 시대 중년 이야기를 다룬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진심>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버자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고,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아버지 스스로도 자식들에게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는 신념이 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많이 외롭고 힘들어하더라. 이 책은 이 따으이 많은 중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는 우리나라 40~50대 직장인에 주목했다. 정신건강에서 소외된 그들, 아무도 보듬어주지 않는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이 책은 직장인 1,000여 명의 설문조사와 40세 이상 관리직급 직장인 30여 명을 심층 인터뷰했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쉬지도 않고,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낀 세대'인 그들. 상사에게는 성실한 후배로, 이제 관리직이 되어 후배들을 챙기는 위치로 올라간 그들이기에 마음의 수준도 함께 올라갔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외로움과 괴로움은 더 커져만 갔다. 어디에도 마음을 붙일 수 없는 그들의 상태가 위험해 보였다.

아이들은 이제 커서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고, 배우자 역시 육아와 살림을 하며 자신만의 생활 패턴을 구축하다보니 일만 하던 남편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럽다. 그러니 가장의 본분을 다하며 달려온 '낀 세대'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친구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고, 취미를 시작하기에도 버거운 인생이라 생각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그 감정이 충분히 전해졌다.

그렇다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그냥 놔두다가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그들에게 3-2-1 프로젝트를 권하고 있다. 3명의 친구, 2개의 커뮤니티, 1회의 기부를 해보는 것이다. 반드시 새로운 친구거나 새로운 커뮤니티일 필요는 없다. 그동안 미지근했던 관계를 되돌아보고 회복하고, 다시 챙김으로써 활기를 얻으라는 것이다. 참으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지침이다. 그리고 '마음챙김'을 통해 자기자신을 토닥거려주고 감사편지를 남기는 방법도 함께 제안했다.

멋쩍어서, 익숙하지 않아서, 바빠서...여러 복잡한 감정이 얽혀서 가족과 자꾸 멀어져 가는 중년 세대들이 더 이상 '낀 세대'가 아니라 '긴 세대'로서 이 사회의 큰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그 세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N.EX.T의 <아버지와 나>가 생각났다.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강인한 아버지와 커서 본 아버지의 뒷모습의 오버랩되며, 코끝이 찡해진다.


아버지와 나(N.EX.T)

아주 오래 전 내가 올려다 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 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 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 받고 돈 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 버린 자식들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 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 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 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