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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모를 것이다 -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정태규 지음, 김덕기 그림 / 마음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평범한 국어 교사였다. 아니, 소설가로 등단도 했으니 '평범한' 국어샘은 아니었다.
국어교사로, 소설가로,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서 동분서주하던 정태규 작가는 어느날 와이셔츠를 입다가 손가락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에게 '루게릭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다. 10만 명 중 1~2명 정도 걸린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는 그 병 말이다.
당연히 좌절의 시간을 겪었지만, 정태규 작가는 의연했다. 그리고 부산의 문인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해서 모은 기금으로 안구 마우스를 마련하게 된다. 루게릭병에 걸린 박승일 농구코치가 눈 깜빡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것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안구 마우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직접 찾아보니 눈 깜빡임으로 텍스트 복사에 저장까지 다 된다니 놀라웠다.
이 책은 저자인 정태규 소설가가 안구 마우스로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문장마다 힘이 있었고, 감동이 남달랐다. 아내와 두 아들이 손과 발이 되어 정성스레 간호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했다.
책은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에는 작가의 병상일기가 있고, 두 번째 장에는 단편소설 3편이, 마지막 장에는 그가 기고한 에세이 여러 편이 있다. 특히 단편소설 <비원>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데, 루게릭병에 걸린 남녀가 우연히 만나 비원에 간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다. 연못에 빠지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에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지는 것도 그렇고. 정태규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라는 진리를, 우리는 자주 잊고 지낸다. 누구에게나 갑작스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준비하지 못한 삶은 안타까움만 남기게 된다. 작가는 죽음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느끼며,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에 내가 위로를 받았다.
요즘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으며, 늘 마음 한켠에 죽음이라는 불씨를 지펴놓고 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불씨지만,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매우 크다. 언제든 후회 없도록 지금 최선을 다할 뿐, 달리 할 게 없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우리가 지루하다고 느낀 일상을, 의미없이 지나간 하루를 그렇게도 원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책을 보다가 작가님이 페이스북을 열심히 하신다길래, 바로 들어가 보고, 응원의 댓글도 남겼다. 기적이 있다면, 작가분께 그 빛이 비춰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