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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그림책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그림책은 아이들, 특히 아주 어린 유아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까지는, 그리고 남편이 그림책 작가가
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그림책을 읽어주며, 내 마음도 함께 감동이
전해지는 걸 보면서 그림책이 단순히 그림과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닌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어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마음이 휑한 어른들에게 그림책을
추천해주는 일종의 처방책이다. 저자인 최혜진은 잡지사 에디터를 거쳐, 현재 <볼드 저널>의 콘텐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저자에게 위로가 되어준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렸고, 그 내용들을 모아서 이 책을 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21가지의 어른
사연과 21편의 힐링 그림책을 소개되어 있다.
힘들고 외롭웠던 타국 생활에서
저자에게 큰 위로이자 힘이 된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나도 덩달아 마음의 구김살이 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연마다 얼마나 힘든 삶이 많은지,
얼마나 상처받은 사람이 많은지. 그들에게 딱 맞는 그림책을 한 권씩 권해줄 때마다 나도 함께 읽어 내려갔다. '꿈보다 해몽'이란 말처럼, 저자의
따뜻한 설명이 이어지니 그림책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특히 내 눈을 끌었던 건
<무릎딱지>. 어린 나이에 엄마의 죽음을 겪게 된 아이가, 몸에 상처가 날 때마다 마음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무릎딱지가 생기면 손가락으로 떼어서 피가 나게 하고, 아물기도 전에 또 딱지를 떼어 피를 내고...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란다.
아, 여기서 더 이상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엄마 생각이 나서. 하물며
나는 성인이 되어서 엄마가 돌아가신 건데도, 내 무릎에 상처를 내어 딱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딱지가 아물기 전에 피를 내서라도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냥 보고 싶다는 게 아니라, 엄마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거다. 아...이 아이는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을까. 나중에 더
이상 무릎딱지를 떼지 않는 아이를 보며, 내 안에 있던 무릎딱지도 함께 아물기를 바란다.
그리고 <점>이라는 그림책. 아무것도 그릴 줄 모른다고 생각해서 도화지에 점 하나
찍었는데,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며 그 아래에 이름을 쓰라고 권한다. 그리고 액자에도 넣어주었다. 그렇게 아이는 '점 그림 전문가'가 되어 점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는 다른 아이에게도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막 그린 그림에도, 아래에 이름을 써넣으라고. 그게 바로
작품이라고.
생각이 많아졌다. 내 아이들에게 늘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완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 "더, 더, 더"를 외친 나날이 많았다. 처음엔 "잘했어, 아주 좋아"라고 말하다가도 어른의 잣대로 뭔가를 더
넣으려고 하고, 뭔가를 더 가르치려고 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아이가 찍은 점 하나도 작품으로 봐주는 선생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21권의 그림책을 모두 읽고 싶어 목록을 따로 적어두었다. 도서관에 가서, 서점에 가서 읽어보고
구입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남편의 소원이 있다. 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을 만드는 것. 이야기를 나눈 지는 꽤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각자 일에 쫓기다 보니 여유가 없는
거다. 내년엔 꼭 그 계획을 실천해야지, 그래서 마음에 불씨 하나 지피고 싶다. 그게 아이어도 좋고, 어른이어도
좋고.
마음 한켠에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내 자신이 싫다면, 의욕이 없다면,
사람이 싫다면, 꿈이 없다면...그림책 처방을 받아보시라. 분명 마음에 어떤 점 하나가 찍힐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