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전쟁 - 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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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골목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상권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더 잘 팔리는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더 큰 부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자영업자 사장은 24시간 열심이 뛰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 고객이었을 땐 이런 환경을 잘 몰랐는데, 창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특히 이 책 <골목의 전쟁>을 보면서 골목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

<골목의 전쟁>은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창업자, 자영업자, 취업준비생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저자인 김영준은 2007년부터 ‘김바비’란 필명으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은행원 출신으로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한 논리적인 접근으로 꽤 설득력이 높은 부분이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면 왜 모두들 치킨집 사장이 되는지, 카페주인이 되는지, 그 중에 망하는 집은 왜 망하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접근에 놀랐다. 커피의 원가가 몇 백원이기에 이윤 착취가 심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재료비이지 원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가에는 재료비는 물론, 임대료, 인건비, 서비스비 등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몇 백원 하지 않는 커피를 너무 비싸게 판다고 투덜거렸다. 실상을 알고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국의 스타벅스와 우리나라의 스타벅스가 다르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가 유독 비싼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테이크아웃 문화가 아니라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음으로 인해 회전률이 낮기 때문에 대형매장이 필요했고, 그에 따른 높은 임대료가 커피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을 보고, 아 그렇구나 생각했다.

강남역, 경리단길, 망원동, 상수동, 성수동, 합정동 등 핫 플레이스 골목의 흐름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기술되었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임대료도 높아져 결국 또 다른 대안처를 찾아 옮겨지는 현상. 이게 자영업자들을 내모는 원인이 된다.

창업이나 사업은 절대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템과 사업영역에 흠뻑 빠져서 좋은 점만 보이고, 단점은 절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그럴 때 <골목의 전쟁>을 꼭 보고 실상을 파악하여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좋겠다.

이야기짓기의 오류는 '생존편향'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성공한 사업가는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실패한 사업가는 무능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성공한 사업가가 실패한 사업가보다 더 뛰어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시기와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해도 어떤 쪽은 성공한느 반면

어떤 쪽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공한 사업가는 발언권을 얻어서

자신의 성공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패한 사업가에게는

마이크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되는 순간 주변의 시선도 달라진다.

앞서 말했듯, 은행의 눈초리부터 달라진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높은 직급일 때는 그 기업의 위상이 그대로 투영되어 대접받지만,

뒷배경이 없어지는 순간 이런 대접은 사라진다.

은행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사의 명함을 내밀 때와

자영업자의 명함을 내일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다르다.

특히 전 직장과 그때의 지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어쩌다가...'라는 눈빛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많은 사업자들이 자영업을 시작하여 금방 망하는 것은 쫓기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앞서 소개한 대단한 기업가들조차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보다 더 나쁜 환경에서 급하게 시작한 사업이 잘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어쩌다 자영업자'들이 쉽게 폐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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