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그 당시 사유를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사치일 뿐이었다.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엔 아이 옆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고, 아이가 잠든 잠깐의 시간엔 청소, 빨래, 이유식 등등 밀린 살림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유와
생각은 꿈도 못 꿨다. 게다가 산후우울증이라도 심해질 때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계속 우는 아기에게 화도 나는 순간이 있었다.
작가의 결혼, 출산, 육아 이야기를 보며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남편이 '조력자'가
아니라 '공동양육자'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박육아'라는 억울함이 생기지 않고, 함께 아이를 키워가는
5:5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방식이다. 물론 남편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물리적 시간보다 내면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아이 둘을 출산하면서 둘
다 3개월의 출산휴가만 마치고 다시 복귀한 열혈맘이었다. 억척스럽게 사는 삶도 아니었건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싶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가장
예쁠 시기(물론 지금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고슴도치맘이지만)를 오랫 동안 함께 보내는 것도 좋았으리란 후회가
남는다.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엄마가 되는 건 누구나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쉽지 않은 법. 아이들이 본받고 싶은 엄마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싱잉앤츠의 노래를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보영 작가가 작사한
<모순>을 들으며 엄마로서, 여자로서, 또 인간으로서의 모순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밤이다.
또 하나. 저자가 속해 있는 인디밴드, 싱잉앤츠. 그들의 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