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장보영 지음 / 새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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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찡해진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묻는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여자에게 결혼과 임신, 육아란 무엇일까?'라는 부제가 달린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는 동화작가이자 인디밴드 멤버인 장보영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써내려간 결혼 출산 육아 에세이다. 브런치에 썼던 글들을 모은 이 책은 '결/출/육'을 아직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교과서가 될 것이고, '결/출/육'을 겪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때 그 기억을 되살리는 추억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결혼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기기까지의 이야기, 임신을 하고, 출산으로 이어지며, 육아를 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술술 읽혔다. 장보역 작가는 현재 '싱잉앤츠'라는 인디밴드에서 작사와 멜로디언을 담당하고 있고, 남편 역시 같은 밴드에서 작곡과 건반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 부부라서, 글 쓰는 작가라서, 엄마라서, 그리고 우리 부부가 꿈꾸던 제주도 생활을 실천하는 워너비 부부라서 그런지 글에 금방 동화되어 갔다. 그리고 나도 그때 그랬었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많았다.

결혼 준비는 무수한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은 가치관을 반영한다.
무엇을 중요히 여기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가치 판단, 그러니까 선택의 기준을 합치는 것이 중요하다.(p.20)
뱃속에 큰 바다가 우릉우릉 넘실대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집채만 한 문어가 다리를 뻗으며 온갖 것을
다 빨아들이는 기분이다.
가만히 있는데도 뱃머리에 오른 사람처럼 어지럽다.(p.60)

 

작가는 입덧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TV에서 보듯 시시때때로 '욱, 욱'거리는 입덧은 아니었을지라도 이런 느낌은 초기 임산부라면 넘어야 할 높은 산맥이다. 내 경우, 첫 아이 땐 먹는 입덧이라 울렁거림만 있을 뿐이었지만, 둘째 아이 땐 꽤 많이 올린(?) 것으로 기억한다. 두 아이 때 모두 참을 수 없었던 건, 지하철 옆사람의 미세하고 특유한 냄새. 이때만큼은 많은 여성들이 개코가 된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직업이나 습관으로도 그랬다.
마음에 와 툭 부딪치고 가는 것들에 대해 뭐라도 써야 정리되고
풀리는 성격이지만 육아를 하면서는 심경조차 간단히
표현할 수 없었다. 글을 쓰려면 독서와 사유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는 없고, 사회 활동이 줄어드니 논리력과 어휘력도 떨어지고,
그렇게 매사에 자신감을 자꾸 잃었다.(p.189)

 

돌이켜보면, 그 당시 사유를 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건 사치일 뿐이었다.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엔 아이 옆에 항상 붙어 있어야 하고, 아이가 잠든 잠깐의 시간엔 청소, 빨래, 이유식 등등 밀린 살림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유와 생각은 꿈도 못 꿨다. 게다가 산후우울증이라도 심해질 때면, 삶이 무기력해지고, 계속 우는 아기에게 화도 나는 순간이 있었다.

작가의 결혼, 출산, 육아 이야기를 보며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남편이 '조력자'가 아니라 '공동양육자'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박육아'라는 억울함이 생기지 않고, 함께 아이를 키워가는 5:5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참으로 바람직한 방식이다. 물론 남편이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물리적 시간보다 내면의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아이 둘을 출산하면서 둘 다 3개월의 출산휴가만 마치고 다시 복귀한 열혈맘이었다. 억척스럽게 사는 삶도 아니었건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싶다. 지나고 보니, 아이가 가장 예쁠 시기(물론 지금도 예쁘다고 생각하는 고슴도치맘이지만)를 오랫 동안 함께 보내는 것도 좋았으리란 후회가 남는다.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엄마가 되는 건 누구나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건 쉽지 않은 법. 아이들이 본받고 싶은 엄마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싱잉앤츠의 노래를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보영 작가가 작사한 <모순>을 들으며 엄마로서, 여자로서, 또 인간으로서의 모순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밤이다.

또 하나. 저자가 속해 있는 인디밴드, 싱잉앤츠. 그들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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