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언어 번역기 - 불신과 비효율을 자율과 창의로 바꾸는 경영의 언어
Peter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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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도 읽고, 집 테라스에서도 읽고, 자기 전에도 읽었다. 책에서 손을 떼지 않고 한동안 계속 읽었다. 속은 고구마 백만 개 먹은 듯 답답하면서도, 그만큼 리얼해서 소름 백만 개 돋기도 했다.

<회사언어 번역기>(흐름출판, 2017). 저자인 Peter는 대기업에서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온 기획전문가이자, 고된 업무로 인해 온갖 병을 얻으며 꿋꿋하게 버텨온 직장인이다. 브런치에서 연재한 글이 인기를 얻으며,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인기 작가이기도 하다. 브런치에 올린 내용을 모아 담은 책이 이 <회사언어 번역기>이다.

회사언어에 왜 번역기가 필요한가. 똑같은 말을 놓고도 저마다 해석하는 방향이 다르고, '아'를 '아'라고 해석하면 절대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마 회사언어에도 '번역기'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으로 지어진 제목 아닐까.

이 책은 조직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회사 이야기와 치열한 줄서기, 정치적 공작, 암암리에 진행되는 대외비 프로젝트 등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펼쳐지는 경영소설임과 동시에, 챕터마다 '피터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저자의 분석과 의견이 이어진다.

주인공인 피터가 8년 정도의 경력을 인정받고 한 외식프랜차이즈의 전략기획팀으로 이직하면서 겪게 되는 회사 내밀한 곳의 이야기. 관행으로 해왔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가 없고, 작년 재작년 경영목표를 그대로 복붙복붙만 해서 작성한 영혼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며, '모난 돌이 정 맞는' 조직이기에 무던하게 묻어가며 월급만 받아가는 '월급루팡'을 꼬집고 있다.

하지만 피터는 돈키호테 스타일은 아닌지라, 부조리한 회사 규율과 관행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할 정도로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 사람의 직원이 조직을 바꾸기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변화부터 시작한다면, 이것이 팀을 바꾸고, 파트를 바꾸고, 대표의 마인드를 바꾸어 마침내 회사가 변화하는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물론 그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직장생활에서 마주치는 답답한 상황을 아주 잘 그렸다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봤는데, 그 당시 직장 동료들 절반은 보고 싶으면서도 일부러 보지 않았단다. 답답한 고구마 상황이 직장생활을 계속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사언어 번역기>도 직장인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면서도 너무 리얼해서 업무 피로감이 느껴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제 자유의 몸으로 돌아온 나는 '그땐 그랬지'라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회고할 수 있지만. 직장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가 된다면,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곳인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인지 꼭 알아보고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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