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링느링 해피엔딩 -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딸이 보낸 백만 분의 시간
볼프 퀴퍼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인생에서 성공이 우선일까, 행복이 우선일까. 어릴 땐 성공에 무게중심을 두었고 열심히 일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다가 건강을 잃기도 하고, 여유와 만족을 잃어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성공'이라는 두 글자는 사람을 몰입하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명성이라는 전리품이 따라오기 때문에, 평생 그 단어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여기, 성공을 향해 돌진하다가 행복으로 우회한 한 남자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딸이 보낸 백만 분의 시간. 이 한 문장에 이 책의 모든 게 담겨 있다. <느링느링 해피엔딩>(볼프 퀴퍼 지음, 배명자 옮김/북라이프)은 일상을 잠시 멈추고 가족만의 소중한 여행을 떠난 기록이다.

표지에 나와 있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빠. 젊은 나이에 유엔에서 근무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의 인생목표는 막힘이 없으며, 그의 바람대로 생각보다 더 빠르게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만큼 일에 빠져들었고, 인정을 받았다. 그렇게 바쁜 그를 멈추게 한 건 어린 딸 아이. 근육실조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딸 아이 니나는 모든 것이 느렸다. 항상 바쁜 아빠에게 니나는 뜻밖의 제안을 하게 된다.

“아빠, 우리한테 백만 분의 시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멋진 일만 생기는 백만 분, 그치?”

그렇게 해서 시작된 가족의 여행. 백만 분은 얼추 2년 간의 시간이 된다. 일분 일초가 중요한 아빠가 2년이란 시기를 내려놓기란 엄청난 고민이 따랐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빠는 '마침내 점 하나를 찍기' 위해 그래서'꿈을 꾸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세상을 향해 걸어간다. 달라 생각해보면, 100세 인생에 2년은 1/50의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평생을 '일'과 '성공'으로 채우는 건 좀 억울하지 않은가.

가족과 함께 세계 여러곳곳에서 함께 지내면서 한없이 늘어지기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며, 가족간의 사랑과 정을 느끼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 귀중한 경험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처음엔 '우와 낭만적이다',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Why not?', '왜 우리라고 이걸 못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부의 로망이었다. 아이들이 말이 통할 때쯤 세계여행을 떠나자는 계획. 그런데 계획은 계획일 뿐,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에 쫓겨서, 일에 쫓겨서, 다녀와서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되어서. 그 모든 걸 내려놓고 과감하게 떠난 이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린 딸 아이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된 '백만 분의 시간'이 온 가족의 비전과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아이들도 분명 새로운 꿈을 꾸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조금 늦으면 어때. 어차피 시간은 내 것이고, 내 마음대로 채워갈 수 있는 것이니까.

 

느링느링 갈수록 시간이 많다.
정말로 맞는 말이다.
쏜살같던 속도가 녹아내린다.
한 순간 한 순간, 한 방울 한 방울.
어쩌면 달리는 녹아내리는 시계들로 이것을 말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시계가 녹아내리면 다시 거대한 시간의 바다가 생길 거라고.
고요하고 잔잔하고 햇살에 반짝이는 물,
끝없는 파란색, 수평선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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