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라틴어 수업>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그 어려운 라틴어 문법책인가 싶었다.

네이밍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가장 많이 찾아본 게 라틴어 사전이었다. 영어를 비롯한 많은 언어의 어원이자 시작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많은 아이디어의 출발은 라틴어가 많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쿠스, 디오스 등 많은 브랜드가 라틴어인 걸 보면 라틴어는 Originality를 상징하는 언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이 책은 라틴어를 소개하면서 라틴어의 기원, 사회, 문화,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설명과 함께,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깊은 위로와 격려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저자인 한동일 교수는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로서, 6여 년 간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한 인기강사이기도 했다. 프로필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다가 '보좌신부' 시절 이야기가 있는 걸 보니 신부님이셨다.

어쩐지, 신부님이 차분하고 친근한 어투로 바로 옆에서 강론을 해주시는 느낌이 들더라니. 천주교 신자로서, 또한 대학때 신부님들의 강의를 여러 번 들은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 책을 낯설어하지 이유였구나.

책은 총 28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별로 라틴어 문장의 주제가 주어지며 그에 대한 해석과 저자만의 해설이 이어진다. 위로의 크기가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더 큰 위로가 된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가, 주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설명은 비단 대학생과 취준생뿐만 아니라, 이 생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이어졌다. 당신의 인생은 참으로 소중하며, 그 인생을 살아갈 충분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는 걸.

저마다 위로방식이 다르다. 한때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그런 위로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위로가 유행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당장 기분이 풀리는 그런 위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이 책을 보고나니 조용한 곳에서 내 머리와 가슴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다시 <라틴어 수업>을 읽어본다면 저자의 깊이 있는 위로가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Carpe diem'을 외쳤던 존 키팅 선생처럼, 아마도 저자는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의 마음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맨 뒤에 제자들이 남긴 후기를 봐도 저자의 강의가 많은 학생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라틴어가 이렇게 멋진 언어였을 줄이야. 단어 하나에 한 문장을 품고 있는 위대한 언어였다. 책을 보며 꼭 기억하고 싶은 3가지 문장을 적어본다.

라틴어 문장은 길지 않다. 하지만 그 어떤 언어보다 생각을 오래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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