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언어 - 평범한 생각을 비범한 기획으로 바꾸는 말의 힘
편은지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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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말을 다루는 직업을 갖고 있는 터라 '기획' '언어' 단어가 들어간 책은 관심 깊게 살펴본다.

이번에 새로 나온 <기획자의 언어>는 이 두 단어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관심도가 급상승했다.(편은지 지음 / 빌리버튼 / 2026)

저자의 이름은 낯설지만 <살림하는 남자들 2> 메인 연출자라고 하니 바로 이해되었다. 나도 자주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 더 반가웠다. 유명 스타들의 화려한 면 뒤에 숨은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떤 언어를 쓰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기획자는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다수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보통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가 가장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가 생각한 기획자란, 다수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분위기가 좋고 따뜻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는 PD로서의 작업 방식과 언어, 연출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등이 담겨 있고, 또 저자 개인적인 내용들도 담백하게 담겨 있다. 소심하고 남 앞에서 한 마디도 하기 어려웠던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조용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희망을 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을 극복하는 성장 과정을 그리는 것. 이것은 방송 프로그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설이나 동화, 드라마 등 대부분 적용되는 공통점이다.

이 결핍이 사람마다 다른 것은 당연하다.

각자 타고나는 기질과 환경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다름이 엄청난 차별성과 힘을 지닌다는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특유의 '인생 지문'이기 때문이다.

인생 지문이란 단어를 여러 번 곱씹어보았다.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의 것. 차별성과 힘. AI가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인간 특유의 성질이란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내 인생 지문은 무엇일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결핍은 숨길수록 약점이 되지만,

결핍을 이해하고 알맞게 드러내는 순간

그만의 언어를 담은 유일한 이야기로 변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기획자의 언어>는 실제로 기획을 함에 있어 어떤 언어와 마음가짐, 태도로 해야 할지 자세한 방향을 알려 주는 책이다.

저자와 함께 일해 본 여러 연예인들의 후일담도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카메라가 꺼졌을 때에도 태도가 훌륭하다는 지상렬 에피소드를 보니 사람이 달라 보였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보람된 일이 또 있을까.



사실 기획이란 타인에게는 환상을 심어주되 본인의 환상은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저자의 오랜 경험이 담긴 이 문장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타인에게는 환상을 심어주되, 나의 환상은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 조금은 비정하고도 치밀한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음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보이는 환상을 만들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기획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획한다는 것은 소수를 선택하고 그 나머지는 배제한다는 말과도 같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에 소수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제대로 된 기획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완벽한 100%는 불가능하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출발이 같은 아이디어라도 자신만의 언어로 다르게 만들 때 비로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획자의 언어>는 방송뿐만 아니라 기획 파트를 하고 있는 사람, 아니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사람들이 한 번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살림하는 남자들> 팬이 되었다. 그리고 출연자들의 말 한 마디에 더 귀 기울이게 되었다. AI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나만의 '인생 지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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