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
덧없는 세상의 영광을 향한 헛된 추구를 멈춰라.
죽음이 오면 우리는 그저 이름도 없이 사라질 뿐이다.
첫 장부터 강렬했다. 그렇지. 죽음이 늘 옆에 도사리고 있는 걸 잊고 삶에만 집착해 온 내 자신을 떠올린다. 갑작스런 죽음을 옆에서 본 적도 있으면서, 서서히 죽음으로 걸어가는 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적도 있으면서 나에겐 아직 먼 단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언제부터 죽음이란 개념이 생긴 걸까. 기원전 9만 년경에 매장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걸 보면 인류의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에 관해 수많은 자료를 연구한 저자의 지식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 이게 바로 <세계 장례 여행>이다.
단순히 역사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는 이야기책이다. 예를 들면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이 그렇다.

숫자 4, 세 번의 노크, 일본에서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접는 이유, 검은 고양이, 거울 가리기, 술 참기 등 미신이라고 치부하기엔 오랜 시간 종교처럼 믿어온 이야기들이 무척 재미있었다.
어느 나라에선 죽은 사람의 직업에 맞춰 관을 제작한다고 하니 이것 역시 흥미로운 포인트다. 어부가 죽으면 물고기 모양의 관에 묻히고 사자관, 자동차, 비행기관까지 있다고 한다. 나는 과연 어떤 관에 담기게(?) 될까.

죽은 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면 좋다. 매장, 화장, 섭취, 보존에 이르기까지 시신을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섭취 부분은 눈을 질끈 감고 싶을 정도로 무섭긴 했지만 이 또한 그들의 문화 아니던가. 그 방식과 의미를 알게 되니 무서움은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후 세계. 지역적, 시대적 특성이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종교적인 신념으로 인한 사후 세계관이 뚜렷이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각 종교마다 사후 세계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더 깊이 탐구해 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불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승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죽음이 다가온 것을 알게 되면, 그 승려는 대나무 공기통과 종만 있고 아무것도 공급되지 않는 방에 산 채로 스스로를 가둔다. 그는 숨이 붙어 있는 동안 매일 종을 울리고, 종이 멈춘 날에 숨이 끊어진 것으로 간주하여 그 방은 봉인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에야 문을 열어 그 승려가 실제로 미라가 되었는지 확인한다. 결국 성공적으로 미라가 된 승려들은 봉안되고, 미라가 되지 못한 승려들은 잡귀를 쫓아낸 다음 다시 매장된다.
이 외에도 무덤에 바치는 꽃들도 기원과 그 의미를 잘 알게 되었다. 국화만 알고 있었는데 양귀비, 백합, 제비꽃, 금잔화까지 나라별로 무덤에 바치는 꽃들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장례 방식과 애도, 죽음에 대한 기록 등 숨이 멎을 때부터 영원히 사라질 때까지의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방대한 분량과 엄청난 일러스트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한참 생각에 잠겼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떠났을 때 나는 그를 어떻게 추모했고 기억했는지. 나의 죽음 이후엔 어떤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지. 내가 죽고 나면 어떻게 나를 기억할지.
삶만큼 가까운 죽음. <세계 장례 여행>을 읽으며 아주 큰 세상을 보고 돌아온 느낌이다.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