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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번째 이야기
이장희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서울을 잘 모른다. 늘 가는 곳만 가고, 회사-집과 집 근처 정도만 잘 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서울 구석구석 여행을 하고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두 번째 이야기>(이장희 지음/2025/문학동네)
'풍경과 함께한 스케치 여행'이란 부제처럼 서울 곳곳의 풍경을 스케치로 담은 귀한 책이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 멋지게 그릴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작가의 시선과 발길이 닿는 곳에 나도 함께 머물러 있는 느낌을 받았다.
여는 글에 따르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첫 번째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나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400페이지가 넘는 두 번째 책에는 페이지마다 아주 다양한 서울 스케치가 빼곡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계속 서울을 탐색했고 서울을 그려왔다.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게 이 책이니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책은 용산, 서울로, 경강, 대학로, 신용산 이렇게 다섯 곳에 대한 이야기와 스케치가 담겨 있다. 내가 아는 곳이라 그런지 더 궁금하고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내가 그냥 스쳐 지나간 곳을 작가에겐 특별한 스케치 스팟이 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은 서울의 스케치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서울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었다. 역사를 교과서와 책으로만 보면 지루할 법한데 여기엔 재미있는 스토리텔링과 이를 뒷받침하는 멋진 스케치가 함께하다 보니 작가가 전하는 서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서울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 서울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차분하게 이야기해 주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보니 실제로 가보지 않았지만 그 공간에 있는 듯했다. 알지 못했던 곳은 기억했다가 꼭 가봐야지 생각한 곳도 여럿 되었다.
똑같은 곳을 보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어떤 앵글로 보는가에 따라 관점이 전혀 다르다. 다양한 시점에서 그려내는 서울의 풍경은 참 평온해 보였다. 현실은 복잡하고 빠르고 시끄럽고 차가운데. 이건 아마도 작가가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는 뜻이겠지.

서울로 근처에 갈 일이 종종 있었는데 거기에서 본 큰 나무들과 식물들을 책에서 보니 반가웠다. 서울로에서 만난 익숙한 꽃들을 스케치한 모습을 보니, 이렇게 많은 꽃과 나무가 있었는가 새삼 다르게 보였다. 한 너댓 종류나 있겠지 짐작했는데 계절마다 또 걸을 때마다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있었구나, 내가 몰라봤구나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중림동 약현성당을 책의 펼침면을 통해 자세히 보니 옛 추억도 생각나고, 한강대교 직녀카페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는 그림도 인상깊었다. 이러고 보니 서울이 참 아름다운 도시구나.

책의 뒷부분에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송파쪽 그림도 나와 있다.
석촌. 왜 돌마을인가 늘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매일 산책하는 석촌호수가 석촌동에 없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예전부터 어반드로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도시를 거닐면서 사진 외에 나만의 시선에서 그림으로 담고 싶다는 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 역시 못 그리는 그림이라도 내가 바라보는 서울을 그려보겠다는 생각, 아니 결심을 해본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보면서 가볍게 때론 우아하게 서울 한 바퀴를 돌고 온 듯하다. 작가는 서울의 세 번째 이야기를 위해 지금도 어디에선가 서울을 그리고 있을 것 같다. 벌써 기다려진다. 또 얼마나 많은 서울 이야기와 스케치가 담겨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