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 포기하지 않으면 만나는 것들
김호연 지음 / 푸른숲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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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으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님.

하지만 내가 김호연 작가에게 반한 건 2020년에 출간된 에세이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였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재미있어서 소장하게 된 책이다. '시나리오에서 소설까지 생계형 작가의 글쓰기'란 부제답게 전업작가로 산다는 것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 에세이라 가슴을 후벼팠던 기억이 있다.

그땐 <불편한 편의점> 출간 전이었기 때문에 장차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가 될 작품에 대해서는 볼 수 없었지만 생계형 작가의 고된 매일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 읽은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도 그래서 더 기대되었다. 작가님의 소설도 재미있지만, 작가의 생생한 일상이 담긴-때론 행간에서 진한 소주냄새가 나기도 하는- 에세이를 좋아하기 때문.

한국판 돈키호테를 쓰는 조건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지던시에 3개월간 머물게 된 작가. 전업작가의 삶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든 시기에 떠난 3개월의 여정이 그를 다시 작가로 붙들고 쓰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편한 편의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영화같은 인생이 있을까.(<불편한 편의점>은 우리집 초4 막둥이도 읽고 싶어하는 소설이다.)




돈키호테를 찾았지만 돈키호테를 볼 수 없었다.

언제나 찾고자 하는 건 발견하기 힘들고

희망하는 곳엔 다다르기 힘들다.

광기를 동반한 짜증이 순간 멀미처럼 온몸을 뒤흔들었다.

마치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가 나를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마드리드에 도착할 때만 해도 설렘보다는 지친 모습이 엿보였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서 떠나기 전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할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거기에서 돈키호테의 자취를 찾고, 세르반테스의 생애를 좇아가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금방 빠져들었다. 레지던시에 있다가 미술관에 갔다가 광장에 있는 세르반테스의 동상에 있는 새들의 흔적들도 보며...나도 작가와 함께 울고 웃었다.

혼자 걷고 혼자 지냈지만 옆에서 늘 세르반테스가 김호연 작가와 함께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영감'이란 걸까. 동상과 대화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때마다 작가의 재치와 위트에 크게 웃었다.

이 책은 중간중간 밑줄을 그을 곳이 많았다.




내 글쓰기의 8할은 산책이다. 계속되는 발걸음을 활동 에너지 삼아 이야기라는 빵을 구워 나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아, 멋진 표현이다. 앞서 읽었던 <매일 쓰고~>에서도 작가의 루틴이 잘 드러났는데 이번에도 전업작가의 삶을 바로 옆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삶이란 결국 표현하는 것이고

인내하는 것이자

가난과 행복으로 기운 옷을 입고

글을 쓰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김호연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



밑줄, 또 밑줄. 책 한 권이 밑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로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만큼 또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기쁨과 슬픔이 모두 묻어나는 경험담을 보고나니 가슴 한켠이 말랑해진다.

돈키호테를 찾아 떠난 작가의 모습에서 돈키호테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작가는 이 여정을 통해 돈키호테의 대책 없는 용기와 신념, 세르반테스의 생을 향한 불굴의 의지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집필욕을 배웠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모함이 때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나도 오랫동안 해오던 상업적 글쓰기 대신 작가가 되고 싶어 최근 몇 년간 노력해 왔지만 이내 지쳐서 포기한 상태이다. 그런데 4년 전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보고 작가의 꿈을 꾸었던 것처럼 이번에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서>를 보고 접었던 마음을 살짝 펼쳐보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김호연 작가가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20년 전업작가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고작 4년 쓰고 안 된다고 포기하려던 나약한 나여. 나의 돈키호테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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