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비스킷.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정보밖에 없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에게 비스킷은 자존감이란 키워드로 강하게 남아 있다.

왜 비스킷일까. 첫장에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세상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잃어 눈에 잘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존재감이 사라지며 모두에게서 소외된 사람.
나는 그들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구운 과자인 비스킷처럼 그들은 쉽게 부서지는 성항을 지녔다. 비스킷은 잘 쪼개지고, 만만하게 조각나며, 작은 충격에도 부스러진다.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고립된 비스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아서 쉽게 부서지는 비스킷으로 자존감을 표현하다니. 첫 줄부터 강렬했다. 이때부터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기대보다 더 재미있던 작품이었다.
주인공인 제성이에게 보이는 비스킷은 3단계로 나눠져 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존재감이 제로에 가까워진다. 3단계, 즉 부스러기 상태라는 말만으로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려왔다.
비스킷을 알아차리는 제성이를, 어른의 눈높이에서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고 정신병원에 가둔다는 게 무척 마음 아팠지만 또 그게 현실이었다. 청각이 예민해서 비스킷을 소리로 알아차리는 제성이와 시력으로 알아차리는 덕환이, 그리고 3단계 비스킷이었다가 제성이의 도움으로 벗어난 효진이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마치 나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글이 살아있었다.

주인공인 제성이는 '비스킷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어릴 때부터 가지게 되었고, 그 신념에 따라 주변에 있는 비스킷을 하나씩 구출하고 비스킷으로 만든 사람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한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정신병원이란 말도 못하고 '거기'로 표현하는 제성이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여전히 남의 시선에 갇혀 있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얼토당토 않은 망상이라고 치부하기엔 제성이의 생각과 의도가 너무 반듯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생각을 말도 안 되는 망상이라고 몰아세우진 않았는지.

이 책은 10가지의 시끄러움을 통해 산산이 부서져 가는 비스킷을 살리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다. 혹시 주인공이 위기에 빠질까 봐 안타깝게 바라본 장면도 있었고, 통쾌하게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큼 몰입도가 큰 작품이다.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는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스킷을 세상에 제대로
발 딛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존재감 없이 사라져도 그만이라던 조제에게 제성이가 해준 말은 독자인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부서지면 부서진 대로 살다가 희미해져가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까. 삶의 의지와 이유를 모른 채 그저 시간이 가는 대로 흘러가는 게 바람직한 삶일까.
<비스킷>은 청소년소설이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특히 이 책의 주 독자인 중고등학생이 선택한 책이라는 점에서 이 상의 가치가 남다르다고 느껴졌다.

누구나 비스킷이 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비스킷을 도울 수 있다.
그 전제를 잊지 않으면
모습이 사라져도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건강하게 서서히 회복할 수 있다.
그걸로 반은 성공한 거다.
누구나 비스킷이 될 수 있고, 누구나 비스킷을 도울 수 있다는 점. 이게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지금 나는 몇 단계 비스킷인가. 그리고 내 아이들과 가족, 주변에 혹시 비스킷은 없는가. 있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생각할 것이 많은 책이다.
<비스킷>은 곧 중학생이 되는 큰아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