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발견
박영수 지음 / 사람in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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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우리말을 아는 만큼

나의 세계도

넓어진다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글을 쓸수록 한글의 위대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뻔하디 뻔한, 교과서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실제로 한글이 가진 신비로움을 알게 되면서부터 한글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만 여전히 모르는 우리말이 더 많아서 안타깝지만.

박영수 테마역사문화연구원 원장이 쓴 <우리말의 발견>을 보면, 우리말이 이렇게 예뻤나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우리말을 아는 만큼 나의 세계도 넓어진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우리말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내 경우엔 더더욱.

이 책에 수록된 많은 우리말 중, 내가 알고 있던 단어는 소수에 불과했다. 우리말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하지만 알고보니 너무 좋은 우리말이 참 많았다.



는개. '는'은 주격 조사로만 생각했지, 음절의 맨 앞에 위치하리라곤 생각을 못했다. 특히 '는개'의 뜻이 '안개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조금 가는 비'라는 뜻이라니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과 관련한 예쁜 우리말이 숨어 있었다. 먼지잼, 비거스렁이. 단어만 들어도 어슴푸레 그 뜻을 알 것만 같은 단어들. 비 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을 하는 것에서 섬세하고 예민한 우리 조상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면 '이건 꼭 알아야 해!'라면서 기록을 남기고 싶은 단어들이 있는데 <우리말의 발견>에는 이미 알고 있는 몇 가지 단어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기록의 대상들이었다.

구뜰하다. 맛맛으로. 머드러기. 게염.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않는 생소한 단어들이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같은 글을 쓰더라도 말맛이 다른 글이 있다. 그 중 어휘의 선택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이 책에 나온 정감 넘치는 우리말을 자주 써야겠다. 그러면 글맛이 확 달라지리라 확신한다.




띠앗 :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섟 : 서슬에 불끈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 불끈 일어나는 감정.

이 책이 좋은 이유는 국어사전처럼 뜻풀이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작품에 인용이 되었는지 예시까지 함께 보여준다는 것이다. 만일 국어사전과 같았다면 이렇게 자주 열어보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 이 책에서 주로 인용한 것은 소설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한 작가들을 보니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소설은 서사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을 적절한 곳에 잘 사용하여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잔인하다'에서 온 '자닝하다', 뭔가 뜻을 알 것만 같은 '아기똥하다', '남과 잘 사귀는 솜씨'라는 뜻의 '너울가지' 등 금방이라도 글에 녹이면 좋을 법한 우리말이 줄줄이 이어졌다.




놀라운 건 '뽀로로'. 펭귄 캐릭터 이름으로만 생각했지 이게 순우리말이라곤 생각해보지 않았다. 뜻을 알고나니 캐릭터 이름을 참 잘 지었구나 생각했다. 의미를 보니 영락없이 개구쟁이 뽀로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름을 지을 때도, 글을 쓸 때도 숨어 있는 우리말을 찾아보는 게 좋겠다.

마치 사전과 같지만 사전이 아닌 책. <우리말의 발견>을 보는 내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막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창작의 고통이라는 걸까. 의미로는 알겠는데 그걸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딱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이 책에 나온 아름다운 우리말을 펼쳐봐야겠다. 이렇게 예쁜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글맛, 말맛'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우리말의 발견>은 책상에 올려두고 글을 쓸 때마다 펼쳐보고 싶은 책이다. 뒤날개를 보니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우리말을 탐구하는 발견 시리즈가 계속 발간될 것이라 한다. 제목을 보니 구매각이다. 7권까지 전부 내게 꼭 필요한 책이다.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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