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밀도 / 류재언

대화의 밀도 - 나를 나답게 하는 말들
류재언 지음 / 라이프레코드 / 2023년 1월

대화가 무엇일까. 단지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말일 뿐일까. 평소에 내 입 밖으로 내뱉는 대화가 모두 특별할까 질문을 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아마 대화마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대화에 '밀도'를 생각하게 된 것은 류재언 변호사의 <대화의 밀도>를 읽으면서이다.(라이프레코드 / 2023) 이 책은 우리가 평상시 나누는 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화두를 던진다. 대화로 상처받거나 어떤 마음으로 대화를 하는지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고 관계가 드러나게 됨을 작가가 담담하게 써내려가다보니 책은 무척 술술 읽힌다. 그리고 변호사라는 직업인답게 무척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책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늘 곁에 두고 읽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때로 우리는 지독하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 속이 시퍼렇게 멍들 때까지 혼자 운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그 시퍼런 멍이 한순간에 지워지는 마법을 경험하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당신의 인정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마음의 시퍼런 멍을 한순간에 지우는 것, 바로 대화의 힘이다. 이 책에는 기록하고 싶은 좋은 글귀가 많다.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 여러 장 되는데 그 중 큰 울림을 준 몇 가지 글귀를 모아보았다.

어떤 말은 생애 마지막 대화일 수 있다

좋은 대화는 잊을 수 없고,

나쁜 대화는 견딜 수 없다

나의 대화법은 어떨까. 저자가 대화에 대한 마음가짐과 방식을 이야기하면 그때그때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얼마나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하는가. 얼마나 솔직하고 숨김없이 털어놓는가.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혹은 상대방을 압도하려고 마음에도 없는 미사여구로 온갖 장식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상대방에 따라 나를 감추는 경우가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만일 누군가와의 대화가 별 노력도 없이

'그냥' 너무 편안하고 기분 좋게 여겨진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헌신하고 있거나,

오늘을 위해 과거에 그 사람과 내가 쌓아온 노력의 시간들 덕분에

오늘 이 대화가 '그냥' 너무 자연스럽고 흥겹게 느껴지는 것일 테다.

그냥 주어지는 좋은 대화는 없다.

좋은 대화는 노력의 산물이다.

참 좋다. 말이 잘 통하고 자꾸 대화하고 싶은 상대라면, 그렇게 잘 통할 수 있게 상대방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물론 내 자신일 경우도 있다.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게 되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소통과 관계가 쉽지 않음을 늘 깨닫는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마음의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얼마 전 실제로 번아웃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스트레스와 고민이 있는 가운데 이 책에서 쉬운 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시간 꾸러미를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가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잠시 대화만 나누어도 자존감이 회복되는

보고 싶은 지인과 괜찮은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내 모습을 회상해 본다.

내가 행복했던 순간, 내가 자신감에 넘쳤던 순간,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 대견했던 순간을 회상해 본다.

이런 시간이 내게도 필요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마음이 환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소한 대화란 없다. 지나가는 말도 특별하게, 의미있게 귀담아 듣고 나 역시 밀도 있게 대화를 해야겠다. <대화의 밀도>는 사람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