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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국어 공부 : 표현편 ㅣ 시로 국어 공부
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년 5월
평점 :

글쓰기의 자신감은 풍부한 어휘력에서 나온다. 특히 아름다운 시어(詩語)는 감동의 크기가 남다르다. 예쁜 단어, 낯선 단어를 보면 설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최근에 아름다운 우리 말을 소개하는 책을 읽었다. 우리 말글을 존중하고 바르게 쓰는 운동을 오랜 시간 펼쳐온 남영신 국어학자의 <시로 국어 공부_표현편>(남영신 지음 / 마리북스 / 2022)이다. 이미 '문법편', '조사/어미편'으로 <시로 국어 공부>는 2권의 시리즈가 발간되었고, 이번에 새로 나온 '표현편'은 시를 쓸 때 꼭 알아야 할 '표현'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3권의 시리즈 중 가장 실전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로 국어 공부_표현편>은 아름다운 시어가 나온 시를 소개하고 그 단어의 뜻과 다양한 활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단어가? 이렇게 올망졸망한 단어라니! 역시 한글!'이란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단어를 쓴 시를 보면서 시인의 감정과 정서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니 몇 글자 바꿨을 뿐인데 전체적인 분위기와 느낌이 확 달라지는 경험도 했다.

'골붉은 잎'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뜻일지 대략 느낌은 왔는데 그걸 말로 풀어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늦여름이나 초가을 아직 단풍이 들기 전에 여러 잎 중에서 먼저 붉은색으로 변한 잎'이란 뜻이라는 저자의 설명에 과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붉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쉽고 정확하지 않다는 시인의 뜻이었으리라. 짧은 글로 자신의 깊은 생각을 담아내는 시인의 통찰력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동안 잊고 있던 유명한 시나 몰랐던 명시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에 비해 시는 일부러 찾아볼 일이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시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는 나에게 '너무 먼 당신(?)'이기에 책장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소개된 시를 보면서 일부러 메모를 했고 도서관에 가서 꼭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로 국어 공부_표현편>는 총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가 어휘, 두 번째가 관용구, 세 번째가 수사법이다. 내 생각과 마음을 시로 표현하기 위해 꼭 익혀야 할 필수 코스이다. 첫째장에서 어휘에 대한 감탄이 이어진 후, 두 번째 관용구에서는 시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꼭 알아야 할 관용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띄어쓰기와 표기가 헷갈리는 부분을 콕 짚은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오랜 기간 글쓰는 직업을 갖고 있었음에도 헷갈렸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장에는 글을 쓰는 다양한 '수사법'이 소개되어 있다. 학창시절 머리에 쥐가 나도록 익혔지만 졸업과 동시에 잊고 있던 영역이다. 물론 지금도 자연스럽게 여러 수사법을 쓰곤 하지만 다양성이 부족할 때가 많았다. 직유나 은유는 자주 쓰지만 활유나 풍유 등은 잘 쓰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뿐만 아니라 시에 적용된 다양한 사례가 함께 나오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마흔 넘어서 하는 국어공부가 이리 재미있을 줄이야.

요즘 본업에 매달리다보니 동화 습작도 게을리하게 된다. 뭘 써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서란 나름의 이유는 모두 핑계이다. 녹슬었던(어휘편에 '슬다'가 나옴) 뇌를 다시 긁어내고 말랑말랑한 어휘를 찾고, 정확한 단어를 적용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시로 국어 공부>는 시를 비롯해 글을 쓰는 게 어렵지 않다는 용기를 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