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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평점 :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이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를 외치던 나였다. 그만큼 바다를 좋아하고, 또 그만큼 자주 갔지만 정작 나는 바다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사는 지구에 대해선 또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남극이 부른다>(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는 해양과학자인 저자가 남극 해저를 탐사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그린 탐험기이다. 우와~ 남극이 일터라니. 너무 멋지지 않은가. 이런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해저 탐험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듯 낭만으로만 가득한 일은 아니었다. 치열한 전쟁터였다.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학자의 연구는 끝이 없다. 책에는 대학원생이었던 저자가 어떻게 남극 탐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동안 해왔던 남극 탐사의 흔적, 그리고 세계 각지로 다니면서 연구를 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내가 해양학을 처음 접했을 때 해양학이 바닷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냐고 질문했듯 많은 사람들이 지질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돌을 연구하냐고 묻곤 한다.
사실, 그렇다. 나 역시 '해양학'이란 말을 들었을 때, 바다를 연구하고 바닷속에 있는 생물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특히 '남극 탐사'라는 말을 들었을 땐, 어렸을 때 즐겨하던 '남극 탐험'이란 게임이 떠오르기도 했다. 나에게 남극은 펭귄 그 자체였으니까.
대학에서 지질학을, 대학원에서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한 저자 역시 해양학이란 말을 듣고 바닷물을 연구하는 학문이냐고 교수에게 질문을 했다는 대목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우연히 시작한 남극 탐사였다. 그런데 책을 보는 내내 저자의 열정과 지식의 깊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신비함, 신기함. 이 책을 보면서 남극이 과연 어떤 곳인지, 세종 기지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아리온호의 여정 등등 다른 책에서 보지 못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어갔다. 그리고 저자에게 이 생활이 천직처럼 느껴졌다. 과학자 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탐구하고 연구하는 데 열심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 속에는, 인터넷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탐사의 광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남극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관점이라 그런지, 더 실감나고, 바로 눈앞에 광활한 자연이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남극의 모습뿐만 아니라, 3장에 소개된 호주, 일본, 미국, 프랑스 배를 타고 떠난 탐사기에 나온 사진들도 마찬가지. 특히, 몇 개월 전 우리 아이들이 한 달 넘게 다녀온 호주의 골드코스트를 사진으로 보니 더 반가웠다.
개척되지 않은 분야를 연구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찾고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기쁨이 있기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리라. 이러한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연구와 경험을 거듭했기에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문명이 발달된 시대에 사는 것이겠지.
지금까지 총 일곱 차례 남극을 방문했다는 저자. 책의 첫 장을 열었을 땐 부러움이 전부였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경외감이 들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 저자의 열정에 대한 경외감.
과학에 관심 많은 열 살 큰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 남극엔 펭귄만 사는 게 아님을, 무한한 가능성과 자연의 위대함이 있는 곳임을, 이 책을 보면서 알려 주고 싶다. 그만큼 남극 탐사에 대해 자세하게 씌여진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