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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화를 말하다 - 분노를 다스리는 지혜의 가르침
달라이 라마 지음, 이종복 옮김, 툽뗀 진빠 편역 / 담앤북스 / 2020년 6월
평점 :

달라이 라마.
티베트 불교의 가장 대표적 종파인 거루파의 수장인 법왕의 호칭. 제1대 달라이 라마가 1400년대에 활동했으니 얼마나 오래된 역사인가. 현재는 제14대 달라이 라마로, 우리 시대 최고의 불교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달라이 라마, 화를 말하다>(달라이 라마 가르침, 툽뗀 진빠 편역, 이종복 옮김 / 담앤북스 / 2020)는 <달라이 라마, 명상을 말하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에 이은 달라이 라마의 세 번째 통찰 시리즈이다. 특히 요즘 코로나19를 비롯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화'를 안고 산다. 그리고 그 '화'를 조절하지 못해 묻지마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뉴스에서 자주 접하였다.
분노조절장애.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표출하다보니 마음은 팍팍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날이 반짝 서 있다. 서로 예민해지다보니 사소한 일로 얼굴을 붉히게 되고, 으르렁거리는 일이 잦게 된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불교 최고의 지도자는 이 분노를 어떻게 다스리라고 가르치는지.

그는 괴로움이라는 경험은 잠들어 있는 우리를 일깨워 준다고 말한다. 괴로움은 또한 다른 이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진정한 자비심을 일으키도록 한다고 말한다.
살다보면 나 혼자만 힘들고 괴로운 것 같은데, 사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힘들게 산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자비심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이런 문장들이 툭툭 눈에 들어왔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위로받으며.

이 책에는 '게송'이라는, 불교시가 나온다. 이것은 불교계에서 불교적 교리를 담은 한시의 한 형태라고 한다. 책에는 '화', '분노'와 관련한 게송을 소개하고, 이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달라이 라마와의 대담이 이어진다.

원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 때 일어나는
마음의 불쾌함을 먹이로 삼아
화가 커져서 나 자신을 파멸시킨다.
손쓸 수 있는 일이라면
불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며,
손쓸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해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두 게송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화가 왜 나는가. 결국 원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 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실제로 그렇다.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화가 난다는 것. 화가 날 때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이성적으로 원인을 생각하다보면, 화를 누그러뜨릴 방법도 함께 생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또한 아래 게송도, 짧지만 명확하게 답을 준다. 손을 쓸 수 있는 일이라면 손을 쓰면 되는 것이고, 손을 써도 안 되는 일이라면 불쾌해 한들 소용이 없다는 의미이다. 손쓸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노력하지 않고, 손쓸 수 없는 일에 대해 무모하게 들이대는 방식. 이러한 과정에서 화가 나고 분노가 생기는 것이다. 과연, 명언이다.
아래 게송도 필사하고 싶을 만큼 좋은 구절이다.

책에는 '번뇌'에 대한 설명을 한다.
번뇌는 티베트어로 '뇬몽'이라고 발음하는데 어원을 살펴보면 "안에서 마음을 괴롭히는"이라는 뜻이다.

불교 용어에서 '108번뇌'란 말도 있듯이, 다양한 원인으로 야기되는 '번뇌'를 잡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 끝없는 자아 성찰을 강조하는 것이겠지. 내 종교가 불교가 아님에도, 불교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이유도, 끝없이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종교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삶은 행복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믿는 바입니다. 삶을 행복이라 여긴다 해서 꼭 이기적이라고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행복은 다른 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한 것입니다. 섬긴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행복을 만끽하는 일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더욱 행복해지도록 돕는 일입니다. 저는 이것이 철학의 전부이자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행복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중간에 달라이 라마 존자의 담화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행복은 다른 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한 것. 이런 마음으로 산다면, 마음에 화가 쌓일 틈이 없을 듯하다. 여러 편의 게송을 보면서, 그리고 달라이 라마의 담화를 보면서 어느새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