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쓰는 맛이지. 꼭 써야 할 곳에 돈을 써야 하지만, 때론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을 비싸게 주고 사는 '돈지랄'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스트레스 받을 때, 답답할 때... 그래서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신예희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은 제목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 책이다. 책을 꺼내들자마자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세련된(?) 컬러와 조형 이미지로 가득한 표지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이 책을 회사에 갖고 가서 팀 후배들에게 보여줬더니 단번에 "어머!"라는 감탄사가 동시에 나왔다.
글은 또 얼마나 찰지게요.(아... 신예희 작가의 이 말투. 은근 중독성 있다. 나도 어느새 따라하게 되었다) 입에 쫙쫙 붙는 느낌이랄까. 눈이 즐거워지는 문체와 내용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기쁨을 선사했다. 그리고 '돈지랄'이란 단어를 쉽게 입 밖으로 내놓을 만큼, 호쾌하고 털털한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신예희 작가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돈지랄'을 했던 기억을 적어내려간 에세이다. 임시 제목이 <물욕>이라고 했으니, 쉽게 '물욕 에세이'라 칭해도 좋겠다. 평소엔 적금을 12개나 가입할 만큼, 그리고 20년 넘게 10원 단위까지 꼼꼼하게 가계부를 써온 짠순이지만, 돈을 써야 할 때는 '돈지랄'을 하는 모습. 내가 바라던 모습이다. 암... 쓸 땐 써야지.(아...자꾸 말투 따라감...)
나보다 몇 살 많은 언니의 에세이라 그런가. '돈지랄'했던 대상과 '돈지랄'하고 싶은 대상이 많이 겹쳤다. 특히 웹툰 작가로 살았던 시절 장비였던 와콤 태블릿을 보고 반가웠다. 특히 액정 태블릿인 신티크는 사지 않았다고 하는데, 재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가 남편에게 선물했던 '신티크 프로'가 지금 저쪽에서 나를 보고 웃고 있다. '내가 바로 돈지랄이다'라고 하면서...
최근 가장 갖고 싶은 게 '스타일러'라는 것도 같은 마음. 꼭 사고 싶은데, 또 내 돈 주고 사기엔 좀 아까울 것도 같은 인간의 이중성.(뭐 이런 곳에 '이중성'을 갖다 붙인다지) 작가가 스타일러를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어쩌면 12개월 할부로라도 지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이 책에 빠져들었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