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봄이었어요
나태주 지음, 더여린 그림 / 문학세계사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1>

광화문 교보문고의 현판에 적힌 이 시를 보고, 출근을 하던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한참 그 시를 올려보았던 기억이 있다. 딱 세 줄의 시인데, 글자도 100자가 채 되지 않는데. 신기하게도 글자가 살아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풀꽃1>은 나의 인생시가 되었고, 주변에도 이 시를 '인생시'로 꼽는 사람이 꽤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이 시의 시인인 나태주 시인. 오랜 기간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하여, 평생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 온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분이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동시집을 출근했다고 해서 더 큰 관심이 갔다.

<엄마가 봄이었어요(나태주 시, 더여린 그림 / 문학세계사 / 2020>.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깜짝 놀라는 순간이 많다. 특히 같은 상황과 사물을 보더라도, 자신만의 관점에서 독특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의 마음은 '때묻는' 어른들과는 많이 다르구나 깨닫는다. 나태주 시인의 동시도 그러했다. 쉬운 말로 씌여진 시에 생동감이 넘친다.

  

커다란 배

우리 아빠

동글동글한 사과

우리 엄마

귀여운 레몬

나.

 

- 나태주 <가족>

이 시를 보자 일곱살 아이가 '어? 이거 우리 가족 이야긴데?'라면서 몇 번이고 읽어보더라.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동심이 아니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동시이리라.

 

 

 

어린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겠지? "너는 커서 무엇이 될래?"

나는 혼자서 생각해 봐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그냥 사람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냥 내가 되고 싶어요.

꼭 뭐가 되어야 할 것은 아니라는 걸, 아이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내 아이는 꼭 어떤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엄마, 아빠의 욕심이 때론 아이의 꿈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사람 같은 사람, 그냥 나'로 자라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겠다.

 

  

이 동시집의 제목은 <엄마가 봄이었어요>이다. 이제 볼 수 없는 엄마 생각에, 이 동시들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염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른의 마음을 싹 걷어내고 온전히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의 모습은 사랑이고 포근함, 따뜻함 그 자체였다. 나 역시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랐기에, 어른이지만 동시를 읽으며 힐링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부디, 내 아이들도 엄마인 나를 이런 모습으로 기억할 수 있기를.

 

 

 

특히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시는 '좋은 날'이란 동시이다.

아침 창가 나뭇가지에

새 한 마리가 찾아와 운다

엄마 잃은 새

얘야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넓은 하늘을 주마

아침 햇살이 말했다

얘야 나도 약속하마

내가 넓은 길을 열어주마

아침 바람이 말했다

새는 고운 소리로 지저귀며

멀리 날아갔다.

- 나태주 <좋은 날>

엄마를 잃어 세상을 잃은 기분이 된 '새'에게 아침 햇살과 아침 바람이 말해 준 건, 엄마 잃은 나에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중간중간엔 마침표가 없지만, 맨 마지막에 찍힌 마침표 하나. 엄마를 잃어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한 새가 햇살과 바람의 약속을 듣고 마침내 힘차게 날아오르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요 몇 개월 전부터 아이들과 동시 쓰기 놀이를 하고 있다. 자신만의 시 노트를 만들어, 쓰고 싶은 내용을 시로 표현하는 것. 그리고 각자 쓴 시를 읽다보면 그 표현력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동시는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구나. 시가 꼭 어려울 필요는 없구나. 마지막에 나태주 시인이 남긴 에필로그를 보면서, 앞으로도 동시를 자주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디 동시를 많이 읽기를 권합니다. 자기 자신의 행복과 평화로운 마음을 위해서 동시 읽기를 권합니다. 어린이들이 동시를 많이 읽게 되면 분명히 마음이 맑은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고 남들도 생각해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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