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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에게 - 지식 유목민 김건주 작가의 치유 에세이
김건주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3월
평점 :

치유 에세이.
전업주부에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오면서 어떤 한 사람으로 인해 최악의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받았다. 살아오면서 이런 스트레스는 처음이라 여길 정도로. 다행히 지금은 벗어나게 되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그래서인지 '치유 에세이'란 표지 문구에 한참 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내가 나에게>(김건주 지음 / 넥서스북스 / 2020).
'지식 유목민 김건주의 치유 에세이'란 세로줄의 부제와 파스텔톤의 표지부터, 뭔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 효과를 주었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이미 치유가 시작된 걸까.
책은 에세이와 시집의 중간 단계처럼 느껴졌다. 행간이 자유롭고 단락 사이에 여백이 있어, 한 구절 읽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금 천천히 읽어내려가는 동안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글이 참 좋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해 보인다. 저자가 얼마나 깊은 성찰과 깨달음의 과정을 지나왔는지, 문장마다 깊이가 느껴졌다.
요즘 인기 많은 에세이 중에는, 가벼운 말장난이나 겉포장만 화려한 책들도 꽤 있는데, 이 책은 그 책들과는 결이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더 빛이 난다.

의기소침해하는 후배에게
완벽한 사람은 없다며
모두 실수하며 성장하는 거라고 격려하면서도,
왜 이리도 자신에게는 혹독하기만 한지.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안절부절.
많이 찔렸다. 남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스스로에게는 너무 혹독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예전보다는 내 감정에 충실히 살겠다고 하면서도, 막상 위기의 상황이 오면 내 본 모습은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

저자의 깊은 사유와 내면에 대한 탐구가 읽는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를 준다. 그래서 '치유 에세이'란 부제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바쁜 틈 사이에서 한번씩 펼쳐보면 더 없이 좋을 에세이다. 특히 '쉼표'가 필요한 순간엔 더더욱.

이 책을 보면서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지금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맞물려 어쩌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는 그 친구에게 이 책을 꼭 건네주고 싶다. 말로 하지 못하는 위로가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은 나의 업무에도 도움을 줄 듯하다. 카피라이터로서 역량을 키우는 데 '필사'만큼 좋은 게 없기에 필사를 자주 하는 편인데, 이 책에 나오는 글들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필사를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운율이 있고 글맛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란 게 더 어렵고 막연해진다. 바쁘게 살다보니 중요한 걸 놓치고 지나갈 때도 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백한 조언을 이 책에서 보았다. 그래서 좀 더 힘을 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