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팩터 -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김영준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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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땐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동기부여 차원에서라도 내 자신을 다독이고자 의무감에 읽었다. 그리고 색다른 관점이나 노하우를 깨닫게 해준 고마운 책들도 있지만, 그에 반해 '뻔한 자기계발서', '뭐 특별할 게 없이, 열심히 노력하란 말'로 끝나는, 허탈한 경우도 많았다. <멀티팩터>의 저자인 김영준 작가는 이 점에 주목한다.

수많은 성공서, 자기계발서에서 나온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비법인가? 진심으로 노력하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건가? 꼭 그런 걸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그렇다면 그 외에 어떤 비법이 있는 건지 기대하면서 책을 펼쳤다.

<멀티팩터>(김영준 지음 / 2020 / 스마트북스)는 국내 기업을 통해 알아보는 성공에 대한 진짜 이야기라는 표지 카피에서 보듯,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냉정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여느 책에서나 나오는 흔한 사례가 아니라, 최근에 성공했거나 지금 떠오르고 있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와닿았다.

 

 

성공한 사업가에게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말해달라고 할 경우, 그는 현재의 성공을 기준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결과에 맞추어 그가 이야기하는 사건을 엮어 원인으로 해석한다. 악재가 터져도 주가가오르면 호재의 원인으로 해석되는 것처럼, 성공이란 결과가 명화가기에 사업가가 이야기하는 사건과 선택을 모두 성공의 원인으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후광 효과가 더해지면 세부사항에서 나쁜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성공 스토리의 폐해랄까. 물론 쉽게 얻은 성공은 없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양념(?)이 더해졌을 거라는 건 보는 사람도 다 감안하는 부분일 터. 그러면서도 '뻔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켠에 도사리고 있기도 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걸 보면서, 나도 이렇게 역경을 딛고 노력하면 이 사람처럼 성공을 할 수 있을 거란 자기주문을 거는 게 자기계발서를 읽는 목적이 될 것이다. 그런 면을 김영준 작가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노력'이 반드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꺼낸다.

실제로, <멀티팩터>에는 노력 외에도 다른 조건으로 성공을 일군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특히 '공차'라는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추후 매각으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었던 대표의 성공담은 비슷한 또래이자 주부인 나에게도 큰 도전이 되었다. 나 역시 그녀의 기사를 일부러 찾아 읽을 만큼 한때 눈여겨봤었다. 이제 보니, 노력도 노력이었지만, 외국계 은행에 근무하는 남편이 없었더라면 과연 '공차'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 라는 저자의 의견에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읽었던 기사가 생각난다. 여러 우여곡절과 고생을 한 끝에 일궈낸 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알고보니 부모님이 건물주라 그 건물에서 월세 걱정 없이 운영했다는 것. 그 노력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반적인' 노력과는 거리가 좀 있겠구나, 싶었다. 씁쓸하기도 했고.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스타일난다, 마켓컬리, 월향, 프릳츠, 무신사 등 지금 듣기만 해도 알 만한 유명 브랜드에 대한 사례를 들어주면서, '노력' 외에 어떤 부분이 성공의 요소로 작용했는지 자세히, 그리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던 '성공의 기준'이 어쩌면 지금 사회에는 통하지 않는 고리타분한 잔소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일난다 대표의 패션 사랑, 무신사의 웹진, 마켓컬리 대표의 취향... 성공을 부르는 키워드는 다양하다.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빈틈을 노리는 것. 그것이 지금 스타트업을 비롯한 작은 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김영준 작가의 전작인 <골목의 전쟁>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멀티팩터> 역시 큰 기대를 했고,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작가가 책에서 밝혔듯이, 기사와 자료들을 토대로 이 사례들을 작성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마치 인터뷰를 한 것처럼 생생하고 재미있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작가의 첫 책인 <골목의 전쟁>에 대한 분석을 한 것도 흥미로웠다. 첫 번째 쓴 책이 10쇄가 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 어려운 걸 일궈낸 작가의 자기분석력도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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