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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만한 인간 - 개정증보판
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동주>란 영화를 보고 한 배우가 눈에 띄었다. 주인공인 윤동주의 친구였던 '송몽규' 역을 잘 소화한 배우 박정민.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이미지면서도, 진지하게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되었다. 뭔가 깊은 속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쓸 만한 인간>(박정민 지음 / 상상출판 / 2019)을 보는 동안 팬심이 더 강해졌다. 단순히 팬이라기보다는 작가와 독자로 진지하게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글을 읽는 내내 배우 박정민이 아닌 작가 박정민의 모습을 보았다. 깨알 같은 재치와 위트가 나랑 코드가 딱 맞구나 싶었다.
주변에서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이미 많은 추천을 받은 터라 기대가 컸고, 책을 읽으면서 많이 행복했다. 그리고 박정민 작가와 더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특히 '작가의 말'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심코 내뱉는, 하지만 진심으로 와닿는 말.

겸손했다. 글이, 그리고 그의 인성이.
명문대를 다녔을 정도의 지식 정도를 뽐내거나 글을 제법 쓴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갈 법도 한데, 이 책을 보면 거품은 찾아볼 수 없고 진솔함만 남은 소소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게 박정민이란 작가가, 배우가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일일이 남겨두고 싶은 글이 많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사진이 나오게 될 듯해서 몇 장만 기념으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등 배우 박정민이 나온 영화를 보았다. 둘 다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영화였다.
특히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역할을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6개월을 밤낮없이 연습했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잘 칠 수 있는가. 반전이었다. 나 역시 피아노를 오래 쳤기에 진짜 치는 건지, 흉내만 내는 건지 알 수 있는데 박 배우의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을 보면 '진짜'임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지에 몰입하면 완벽하게 빠져드는, 천상 배우.

나는 이 책을 한 달 넘게 가방에 넣고 다니며 천천히 한 챕터씩 읽었다. 한꺼번에 읽기엔 너무 아까운(?) 느낌이 들었기에. 그런데 이 책을 보다가 버스 내릴 곳을 지나칠 뻔했다. 후다닥 가방을 챙긴다고 했는데 버스에 두고 왔나보다. 가방에 책이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버스회사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봤지만, 분실물로 들어 온 게 없단다.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내가 재미있게 읽었든, 그 누군가가 이 책을 의미 있게 읽고 있길 바라며, 또 한 권의 <쓸 만한 인간>을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친한 동생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어떤 책을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에 책 선물이 가장 곤란한데,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3년 만에 나온 개정판. 그래서 3년 전의 박 배우와 지금의 박 배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분명한 건, 3년 전에 비해 지금 더 많이 인기를 얻고 성장을 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더 멋진 배우이자 작가가 되리라는 믿음이 크다. 배우 박정민도 좋지만, 작가 박정민도 좋기에 앞으로도 글을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
- 다시 읽어보니 너무 팬심 가득한 글이라 살짝 부끄럽기도 한 40대 아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