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 생활자 - 혼자서 잘 먹고 잘 사는 중입니다
김혜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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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홀로 라이프 이야기.

제목에서 느껴지듯 <일인분 생활자>(김혜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는 20대 후반(으로 추측)의 1인 가구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을 보면 요즘 2030세대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는 생각, 누군가에게 반드시 기대어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 혼자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등등 요즘 청춘(?)이 갖고 있는 생각의 단면을 본 것 같아 반갑다.

저자는 전직 에디터로 현재는 4.5잡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이다. 실제로 4.5잡이 어떤 잡(?)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정규직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하는 걸 봐서는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사는 게 외로울 때도 있고 쓸쓸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원룸, 고시원, 옥탑방 등 1인 가구가 머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경험하며, 그 안에서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소소하게 털어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옆집 남자의 방귀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니, 이들에게 사생활 보장이란 너무 큰 욕심이겠구나 싶다.

 

 

그리고 또 하나.

한풀 꺾인 느낌이긴 하나 밀레니얼세대를 설명할 때 '인생 뭐 있어?'라는 모토의 욜로(YOLO)족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해당 세대인 저자는 본인도 주변도 욜로로 사는 사람을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론에서 20대를 두고 말하는 욜로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은 N포 세대의 조금 세련된 버전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N포 세대에서 욜로로 변화한 것이 포기에서 선택으로 간 것이라는 한 언론의 표현은 기만에 가깝다. 아무리 월급의 절반을 저축한다 해도 어느 세월에 전셋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당장 결혼자금이 부담스러워 결혼을 꿈꾸지 못하는, 자기 하나 건사하지 못할 것 같아 이는 생각도 못 하는 사람이 한두 명이겠는가?

뜨거움으로 들끓어야 할 청춘의 심장이 서늘하게 식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현실임을, 청춘이 살아가는 현재 모습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4.5개의 잡을 하고, 아이들 전용 학습방법인 줄 알았던 구몬선생님에게 중국어를 배우는 모습에, 그래도 희망을 걸어보기도 한다. 성인들이 방문학습 선생님을 찾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학습지를 공부하는 어른의 숫자가 2013년에 비해 2016년에 2배로 늘었단다.

 

비혼족은 아니지만 등떠밀려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걸 보면서, 내 주변에 있는 청춘들의 모습도 오버랩되었다. 매일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휩쓸려 가고 있는 이도 있고, 번아웃이 될 만큼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씁쓸하면서도 웃픈 청춘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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