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네 살의 정의로운 사전 - 정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박일환 지음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19년 8월
평점 :

정의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난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정리되지 않은 머리속에서 멋져 보이는 단어 몇 가지를 꺼내 조합해서 말할까. 그 어려운 걸 내 아이들에겐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커가면서 질문이 많아질수록, 내 안에도 요동이 친다. 그런데 그런 걱정을 없애줄, 쉬운 설명책이 나왔다.
<열네 살의 정의로운 사전>(박일환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9).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진보와 보수, 인권, 법, 전쟁...우리가 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의미를 물었을 때 망설여지는 30개의 키워드를 30년 베테랑 선생님이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책이다.

각 단어별로 핵심 정의가 나오고, 뒤이어 이 키워드의 기본적 의미와 어원, 지나온 이야기를 마치 선생님이 옆에서 설명해주시듯 쉽게 알려주고 있다. 초등학생인 우리집 큰 아이가 봐도 될 만큼 쉬운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청소년이 알아야 할 30개의 말들'이란 카피처럼 청소년이 읽으면 좋을 핵심 키워드들이 소개되어 있어, 개념부터 응용까지 잘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른에게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이 키워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지, 시민이란, 진보와 보수란, 자유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한 키워드를 제시했을 때, 사전적 의미는 같지만 받아들이는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10대가 느끼는 것과 40대가 느끼는 국가의 개념이 다르고, 세대별로 상황별로 받아들이는 의미가 저마다 다르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가 혼란스럽고 뉴스가 시끄러운 상황이라면, 그 의미는 더욱 달라지기 마련이다. 지나온 시간, 살아온 경험치에 비추어 자신만의 정의가 내려지게 된다.
책에 나온 '좌파와 우파라는 말의 유래'도 재미있었다. 프랑스혁명 이후에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하였는데, 그들은 국민의회를 토앻 혁명정신을 실현하고 새로운 질서를 바탕으로 한 국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회의장의 좌측에는 개혁을 원하는 공화파가, 우측에는 기존 왕권을 지키려는 왕당파가 앉아서 지금까지 좌파와 우파로 불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요즘 책 읽기에 관심이 커지면서, 모르는 단어에 대해 계속 묻는 과정이 반복된다. 쉬운 단어는 설명을 해주지만, "엄마, 정의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 난감할 것이다. 그럴 때 "정의란 말야..."라면서 이 책을 건네주면 아이도 그 개념에 대해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맨 마지막에는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정의로운 말들'이란 챕터로, 유명인사의 허를 찌르는 명언이 이어진다. 이 책은 단순히 단어를 설명하는 설명모음집이 아니라, '더 인간답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단어들을 모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열네 살에게 더없이 좋은 인생 길잡이 책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