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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합니다 - 내 인생 다시 한 번 찬란하게!
김여나 외 지음 / 더블:엔 / 2019년 9월
평점 :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아침 9시. 강남역에 엄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주일 내내 자신을 붙잡아 둔 육아와 살림은 잠시 뒤로 한 채 오롯이 완전한 한 사람으로서 참석하는 자리. 바로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 프로젝트이다.
<다시, 시작합니다>는 8명의 엄마들이 모여 쓴 책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강남역에 모여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 살기'라는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며, 새로운 인생을 써내려나고 있다. 특히 공동 참여 프로젝트인 '책 쓰기'의 일환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이 내게 더 큰 울림을 주는 건 바로 '내 이야기' 같아서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이 나와 비슷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육아와 살림으로 경력이 단절되고, 그 안에서 잊고 지낸 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애잔하면서도 용기를 주고 있다. 직장맘으로서의 힘듦에 무척 공감했고, 너무 먼 이야기인 '워라밸'에 속상하기도 했다.

8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엄마라면 주부라면 느낄 만한 많은 감정들이 모두 쏟아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년이란 시간을 투자해서 내 남은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기꺼이 그리고 온전히 투자할 수 있다. 월 1회 만남을 통해 자신이 목표한 바를 공유하고, 이루어온 과정을 나누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였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나 역시 이런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니까 말이다!
예전같으면 위 문장을 보고 '빨강머리 앤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생이 생각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는가. 빤한 결말, 예측 가능한 삶. 생각만 해도 기운이 빠진다.
8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때아닌 위로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가지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들이 멋져 보였다. 그리고 내게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삶과 일의 균형을 따지다가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육아와 살림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고, 계획표가 없는 도돌이표의 삶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누군가 이끌어주길 바라면서도 참여할 용기가 나지 않는 아이러니.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엄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동안 정지된 삶이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에는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어떤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소개되어 있다.
놀라운 건, 글을 쓴 주부들이 전문 글작가가 아님에도 작가 못지 않은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책을 몇 권 낸 저자도 있고, 글과 관련한 직업을 가진 이도 있으나 바쁜 생활 가운데에서 이렇게 밀도 있는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하다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책의 맨 뒷부분에는 '내 인생에 다시없을 1년을 만들기 위한 이벤트'로 5가지 항목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독자가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었고, 저자들의 답변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성공을 외치고 있다면, 이 책은 나와 같은 주부이자 엄마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육아와 살림에 가려져 있는 내 꿈을 다시 찾아본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