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 매 순간 보고, 듣고, 만지고, 움직이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면서 '내 자신'과는 점점 멀어져간다.
<정적>(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 고전문헌학자인 배철현 교수의 <심연>, <수련>을 잇는 세 번째 시리즈이다. 작가소개에 보니,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고 <정적>이 세 번째로 출간된 책이라는 것.
신기하게도, 책을 읽는 내내 고요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 이 책을 꺼내들면,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고 오롯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정제된 언어와 차분한 문장이 주는 선물이었다.
정적을 누리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띠지에 따르면 '하루 10분, 고요하게 나를 지켜내는 힘'이라고 했다. 하루 10분. 누군가는 쉴 새 없이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시간, 누군가는 '좋아요'를 누르느라 정신 없는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정화할 수 있다면, 하루 10분쯤은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시간 아닌가.
<정적>은 머리맡에 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읽으면 좋겠다. 전쟁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되겠지만, 10분 정적으로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면 보다 힘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아침에 일어나서 한 챕터씩 읽었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단어나 기분을 찾아서 읽으니까 더 와닿았다. 여느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책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책은 시끄럽고, 어떤 책은 화려하다. 하지만 배철현 교수의 <정적>은 제목 그대로 조용하고 담백하다. 거룩이란 무엇인지, 지금이란, 오늘 내가 가야 할 길이란, 평정심, 마음의 고요...기술만 좇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근본적인 키워드들이 아닐까. 살면서 놓치고 있던 중요한 삶의 가치들을 하나하나 마음에 심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보면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심연>과 두 번째 책인 <수련>도 꼭 찾아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고, 앞으로 어떤 길로 갈 것인가. <정적>을 읽으면서 밖이 아니라 내 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고요를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세상을 이기라고 윽박지르지 않아서 더욱 특별한 책이다.

지금보다 더 시급한 시작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젊은 시절이나 시대는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완벽한 순간은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한 천국도 지옥도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