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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평점 :

몇 해 전,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여주에 있는 놀이공원에 갔다. '리버스랜드'라는 이름의 놀이공원. 그 안에 눈에 띄는 박물관이 하나 있었는데 '폰박물관'이었다. 입구에 사람 키의 2배는 넘을 듯한 큰 휴대폰이 장식되어 있던 곳. 나는 그 곳이 무척 궁금해 들어가고 싶었으나 아이들은 놀이기구에 마음을 뺏겨 아쉽게 발걸음을 뒤로 한 기억이 있었다.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이번에 읽은 <수집가의 철학>(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의 저자가 바로 '폰박물관'을 만들고 여주시에 기증한 분이라는 것. 평생 모은 귀한 자료를 나라에 기증하다니, 먼저 박수를 보낸다. <수집가의 철학>은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란 부제를 가진 에세이로, 말 그대로 세계에서 유일한 '폰박물관'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폰박물관'은 아주 오래 전의 전화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폰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내용만 본다면 전화기 덕후(?)인 저자가 이와 관련한 일을 해왔을 것으로 추측되나 그동안 기자와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작가이다. 저자의 프로필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으니 아래와 같다.
그는 10년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곤 했다.
40대에는 탐험사, 50대에는 우먼리브와 우리말 문법.
그것들은 모두 자료를 엄청나게 수집해야 하는 일이었다.
(중략)
그리고 이번에는 휴대전화를 모아 체계를 세우면서
60대 10년을 폰박물관에서 보낸 사연과 소회를
<수집가의 철학>에 담아 내놓았다.

프로필에서만 봐도 저자는 참 재미있게, 의미있게 사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보통 '마니아'란 이름으로 한 곳에 집중하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지만 이렇게 박물관을 세울 만큼의 열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병철 폰박물관 관장은 전화기와 관련한 것이라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갖고 오게 되었고, 그걸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었다.
이 책을 보면서 대단하다, 위대하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왜 휴대폰인가.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자세와 철학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국이니까 그에 걸맞게 휴대폰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저자를 휴대전화 컬렉터로 만들었다.

책에는 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다양한 폰들을 소개하고,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처음 보는 폰들도 많고,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있었으며, 내가 사용했던 휴대폰도 나와 있어서 추억이 돋기도 했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의 깊이는 결코 가늠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모으고, 컬렉터가 되는 동안 그 방면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물론 '위대함'이란 수식어가 더해질 것이다. 바쁜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꿋꿋이 살아가는 '휴대전화 컬렉터'인 이병철 폰박물관 관장의 열정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책은 꽤 두껍지만 잡지를 보듯이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