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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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취미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휴식처이다. 하지만 취미가 재능을 만날 땐 새로운 꿈을 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여기,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가 정식 작가로 등록을 하고 매년 전시회를 하는 작가가 된 직장인이 있다. 취미가 취미에서 끝나지 않고 하루에 두 번 삶을 사는 사람.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김유미 쓰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의 저자는 10년차 직장인이자 화가이다. 2014년 여름 어느 날 취미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취미에 빠져들게 되고 퇴근 후 3시간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꾸준히, 열심히, 뜨겁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직장인이지만 엄연히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예술가이다.

석촌호수, 직장, 화실...내가 잘 아는 동네다 싶었는데 맨 마지막에 에필로그를 보니 화실 이름이 나온다. 아하, 내가 늘 길을 오가면서 봤던 2층의 화실이었구나.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의 꿈이 있고 열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나니 새삼 그 길이 새로워보였다. 화실 선생님, 보조개 작가님, 심 소장님, 위 소장님, 고3 선생님, 칠십을 넘긴 젊은(?) 오빠...화실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인생의 멘토가 생긴다는 것도 보기 좋았고, 사회에서 만나기 힘든 좋은 기회를 가졌구나 라는 생각에 부럽기도 했다.

 

 

화실에서 그림 좀 그린다는 학생들의 유리병을 보니 몽당연필들이 뚜껑까지 차올라 있었다. 보조개 작가님 것도 마찬가지였다. 내친 김에 선생님에게도 선생님의 몽당연필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츄파춥스 통에 들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막대사탕 150개가 들어가는 크기의 원형 통. 실물을 확인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징그러울 정도로 켜켜이 담겨 있는 몽당연필들은 그의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처음 그림을 시작하면서 품었을 그의 열정과 몰입의 시간이 묻어났다. 노력 없는 결과는 없었다.

중간중간 작가의 작품이 나오는데 '이게 정말 그림을 취미로 하는 사람의 작품이 맞는가' 의심이 될 정도로 멋졌다. 연필 스케치와 수채화, 유화...초반에도 잘 그렸지만 시간을 더할수록 작품의 깊이감이 남달랐다. 그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겠지. 가장 하릴 없이 보내는 일요일 오전에도 아침 일찍 화실에 나가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보통 취미가 재능을 꽃피울 때 본업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김유미 작가는 여전히 직장이라는 전쟁터를 계속 다니고 있으며, 퇴근 후에는 어김없이 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인생을 낭비해도 좋을 만한 분야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인가.

 

붓을 들면서 혼잣말로 되새겼다.

나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 점점 많아진다.

 

잘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리고 천천히 그려요, 유미 씨.

누군가의 격려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내면의 응원. '잘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해요.'라고 스스로 말하고 믿는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작가 스스로에게도 용기를 주고,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힘을 준다.

이 책이 빛나는 순간은 아래 내용이다.

 

 

나는 미술을 전공한 적은 없지만 직장인이면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가끔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있으니 나도 감히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나의 든든한 지원군은 직장이다. 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직장 생활에 내주고 있지만 어쩌면 직장은 꿈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적화된 장소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잘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한 걸음 물러나서 보니

모든 일상이 예술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보지 못하는 풍경이 아쉬울 때가 많다. 직장에 다닐 때에도 퇴근 후에는 축 늘어져 있기 일쑤였다. 취미로 악기를 배워보기도, 마케팅 강의를 들어보기도 했지만 꾸준히 하기 힘들었다. 말 그대로 '힘 들어서'. 취미에 열정을 더할 때 그것이 내게 '힘'을 준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힘내세요, 다 잘 될 거예요"라고 무조건 주문을 거는 희망고문보다는 김유미 작가처럼 백 마디 말보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작가는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뜨겁게 자신의 길을 가리란 믿음으로 내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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