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지옥
마츠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사는 것이 복인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고령화사회를 거쳐 고령사회에 접어든 지금, 과연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인가? <장수지옥>(마쓰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나 역시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이 화두인 웰다잉(Well-dying)에 관심을 가진 지 꽤 오래되었다. 그렇기에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저자인 마쓰바라 준코는 1947년생, 우리 나이로 73세 여성이며, '독신 여성의 삶'을 테마로 오랜 집필활동을 해왔다. 특히 독신여성의 모임인 SSS(쓰리에스)네트워크의 대표이사로, 독신여성의 웰다잉에 대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도 머지 않은 이야기이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 책은 여러 형태의 죽음에 대해 설명한다. 안락사, 존엄사, 고독사, 자연사...어떤 것이 과연 축복받은 죽음인가 우열을 따지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또는 우리 가족에게 맞는 죽음의 형태가 어떠한 것일지 미리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금기시 되던 예전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웰다잉에 관심을 갖고, 관련 책들도 많이 나와 있다. 힘들게 살았더라도, 마지막엔 평온하게 떠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부모는 자식이 돌봐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부모가 경제적인 이유와 신체적인 이유로 혼자서 살기 어려워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라도 부모와 자식 간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죽음의 다양한 형태와 실태를 알 수 있었고, 기존에 갖고 있던 죽음에 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졌다. 그 정도로 저자의 시선이 디테일하고 색다른 부분이 많았다. 물론 중간에 내 생각과는 좀 다른 부분도 있긴 했다.

가령, '가능하다면 암으로 죽고 싶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암에 걸리면 대략 수명을 알 수 있어서 정신이 온전한 동안에 임종을 준비할 수 있다.'라던가 '고독사야말로 이상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등등. 처음엔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는가 싶었지만, 한편으론 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게 나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새로운 시선을 보게 되었다.

 

 

 

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그 사람의 삶을 반영해요.

많은 생각이 드는 한 문장이다.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잠드려나.

 

 

저자는 안락사가 합법화된 네덜란드의 사례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안락사협회를 방문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나 안락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안락사가 가능한 것도 흥미로웠다. 안락사의 과정을 읽으니 씁쓸하면서도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평온하게 잠들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에 반해 안락사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일본 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이 이어졌다. 그건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문화적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삶의 마무리를 본인이 어떻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존엄사든 안락사든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잘 죽는 것도 알아야 하는 시대이다. 죽을 때까지 괴로운 것보단 마음 편하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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