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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의 감각 - 나는 어떻게 10개 국어를 말하게 되었나?
아키야마 요헤이 지음,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어떻게 10개 국어를 말하게 되었나?"
<외국어 공부의 감각>(아키야마 요헤이 지음 / 황국영 옮김 / 윌북 / 2019)은 10개 국어를 말하는 저자가 자기 자랑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외국어 공부가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몸소 실천하고 그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누구나 놀라겠지만, 10개 국어? 대단하다고밖에. 저자인 아키야마 요헤이는 도쿄대학 약학부를 졸업하고, 10개 국어를 마스터한 언어 전문가이다. 바로 드는 생각은 '어쩐지, 공부머리가 있었네.' 였지만, 책을 읽을수록 얼마나 언어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지,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저자가 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계기가 흥미롭다. 축구를 좋아하던 소년이었던 그는 선수를 인터뷰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게 첫걸음이었다. 역시 좋아하는 것만 한 동기부여는 없다.

책에는 외국어 공부를 성공으로 이끄는 단 하나의 규칙이 나온다. 누구나 알 법하지만, 또 잘 모르는 것.
꼭 필요한 단어와 표현만 외우고, 실제로 사용한다.

흔히 우리가 영어를 공부한다고 하면, 일단 단어장과 문법책부터 펴보게 된다. 그리고 알파벳순으로 A부터 해서 apple 등의 단어를 배우고, 이와 관련하여 과일이면 과일, 사물, 동물 등 단어를 그룹지어 달달 외우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공부가 과연 실제 언어생활에 도움이 되는가 의문을 던진다. 실제로 외국에 갔을 때 '양파', '사과'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쓸지 그 빈도를 생각해보란다. 생각해보니 그 생각이 맞다.
개별 단어뿐만 아니라 우리가 또 달달 외우는 동의어는 어떠한가. 비슷한 단어들끼리 묶어서 외우고, 활용사례를 구분지어 '이럴 땐 이 단어'를 또 달달 외운다. 정작 실생활에서 얼마나 많이 쓰는지는 고민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언어를 공부할 때 가장 비효율적인 행태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언어를 공부할 땐 꼭 필요한 단어를 모아 이 단어를 중심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그것을 '생존 필수 단어 및 표현'이라고 칭하였다. 힘든 언어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단어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영어를 예로 들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대명사와 자주 쓰는 동사, 형용사 등을 단어장처럼 정리해 준 게 인상적이다.
또한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라고 한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단어장은 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면서, 각자 목적에 따라 필요한 단어를 모은 맞춤 단어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법한 질문!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는 게 좋은가 나쁜가?
저자는 외국어 문장을 우리말로 바꿀 때는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우리말 문장을 외국어로 변환시키는 것은 가급적 피하라고 충고한다. 구글 번역기가 아직은 그 정도의 정교함은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10개 언어를 말하는 저자가 밝히는 또 하나의 노하우는 '언어 교환 애플리케이션'을 쓰라는 것.
언어 교환 애플리케이션은 언어 학습용으로 만들어진 서비스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세계인과 연결하여 서로 언어를 가르쳐주며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앱이다. 실제로 이 앱을 통해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지 자세한 과정을 알려주어 매우 유용했다. 그리고 언어 교환 어플을 쓸 때 유의해야 할 점과 활용하면 좋은 점 등 꿀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한 가지 언어를 마스터하기도 어려운데 10개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아니, 많이 어렵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했고, 대학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복수전공한 나 역시 지금 당장 외국인을 만나면 저 멀리 도망가 버리고 싶을 정도로 '책상머리 언어'만 배운 듯하다. 단어를 1000개, 2000개 외운들, 하나도 써먹지 못하는 서 말의 구슬이 되어 버린 것이다.
책으로 배우는 언어 말고, 입으로 하는 언어공부가 필요한 시기이다. 작고 얇지만, 국어 공부를 하는 알찬 정보가 있는 <외국어 공부의 감각>을 읽으니 지금이라도 다시 한번 외국어에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