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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사중인격 - …인성에 문제는 없습니다만
손수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5월
평점 :

직업이 직업인지라 카피라이터가 쓴 글은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의 저자인 손수현 카피라이터의 책도 그래서 더욱 눈여겨보았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로서, 기혼자로서, 둘째로서, 집사로서의 삶을 편하게 써내려간 에세이다.
첫 번째 카테고리인 6년차 카피라이터 부분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카피라이터는 대부분 문학을 전공했을 거란 고정관념이 있지만, 손수현 작가처럼 미대 출신의 카피라이터도 있다. 그리고 그림을 더 잘 알기에 카피도 더 잘 쓸 수 있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참 있어 보이는 직업'이란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버텨왔기 때문에.

광고 만드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페이지를 보니 뭉클했다(눈물 좀;;;). 예측할 수 없는 퇴근시간으로 인해 정시 퇴근하는 일반(?) 업계 친구들 사이에서는 양치기가 되어가며, 점점 광고인들끼리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에 완전 공감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광고 하는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손수현 카피라이터 역시 남편이 광고기획자이고, 내 남편도 광고 디자이너인 걸 보면 말이다.
지옥 같은 회사의 종류엔 크게 네 가지가 있다고 한다.
사장이 아침 8시부터 다들 언제 오나 체크하는 ‘시간 지옥’,
꼴딱 밤을 새운 다음 날에도 꼭 뒤풀이까지 하는 ‘회식 지옥’,
점심 먹을 때쯤 출근해서 세월아 네월아 일하는 ‘나태 지옥’,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폭언 지옥’.
재미있다. 그런데 슬프다. 아마 이직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지옥을 한 번쯤은 경험해봤겠지. 2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글 쓰기 실력이 출중한 작가의 글이라 막힘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어쩌다 보니 사중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