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
유수진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엔 나도 '부자언니' 유수진 씨인 줄 알았다. 책에서도 동명이인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글쓰는 유수진 작가가 쓴 에세이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유수진 지음 / 홍익출판사 / 2019).

저자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편집자를 거쳐 홍보 담당자 및 디지털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하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글과 가까운 곳에서 10년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 남에게 맞추느라 속마음 감추기 급급했던 당신에게'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온, 작가의 첫 번째 책.

이 책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편하게 적은 글들이 많았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적어내려가 공감을 불러일으킨 대목도 여러 곳 있었다. 그리고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정화(?) 작업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하고.

 

내뱉어진 말은 공중으로 흩뿌려져

실체가 없는 듯 보이지만,

누군가의 가슴에 고름 덩어리로

침전해 있을지도 모른다.

 

유수진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의 '글은 신중히 쓰면서 말은 왜 함부로 해' 중에서

 

 

작가는 말과 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그렇게 다르다는 걸 이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나 역시, 말과 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진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한 줄의 글을 쓸 때는 열 번 넘게 생각하면서, 한 마디를 내뱉기 위해서는 과연 얼마나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 쓰는 일도 그랬으면 좋겠다. 매일 아침 부엌에서 들리는 밥 짓는 소리처럼 꾸준하고 성실했으면 좋겠다.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질지라도 이제는 안다. 애초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일이란 것을. 그저 가족들이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아침밥을 지은 엄마처럼, 나의 생각 조각들을 차곡차곡 문장의 형태로 쌓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왠지 오늘은 글을 쓰는 내 모습 위로 밥 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남에게 보여줘야만 생명력이 생기는 글을 써온 나, 남이 좋아해야 살아남는 글을 써온 나. 이젠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글 쓰기를 해보자 다짐해본다. ''글 쓰는 나'를 자주 불러낼수록 '본래의 나'가 가진 마음의 무게는 가벼워진다. 오늘도 '글 쓰는 나'를 불러낸 이유이다'라고 말하는 유수진 작가의 말처럼, '글 쓰는 나'를 자주 불러내어 '본래의 나'가 가진 삶의 무게를 좀 더 덜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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