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김미향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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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적어야 할까.

이 책을 꼭 읽고 싶었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다.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내 엄마가 생각나서. 또 울게 되면 속수무책이 될까봐. 엄마 따라 가고 싶어질까봐. 울음을 꾹꾹 누르며 읽었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김미향 지음 / 넥서스북스 / 2019).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의 편집팀장인 김미향 작가가 1962년에 태어나 2018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애도 에세이라 할까. 손가락으로 나이를 셈해보았다. 57세에 돌아가신 작가의 어머니. 그보다 한 두 해 먼저 떠난 우리 엄마. 50대 중반의 창창한 나이에 세상을 떠나니 자식 된 입장에서는 인생이 허망하기 그지 없다. 아마 작가도 그런 마음에 이 글들을 쓰지 않았나 싶다.

 

 

지금껏 나는 다시 생이 주어지는 걸 거부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오곤 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엄마의 딸로 태어나 엄마와 함께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다시 태어나는 쪽을 태어나고 싶다. 영원히 우리 엄마의 딸이고 싶다.

상실 이후의 삶보다 더 중요한 건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일 테다. 엄마를 잃고 내가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의 앞부분은 꿈에서 만난 엄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현실에선 힘들었을 작가의 어머니, 꿈에서나마 편안하시길 함께 바라며 읽어내려갔다. 책을 보며 가슴 아픈 부분이 많았다. 평탄하지 않은 삶이었을까. 남편에게 맞기도 하고...삶이 참 팍팍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우울증이 왔고, 마음의 병을 얻었다. 결국 힘든 인생을 끝내기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작가가 엄마의 이야기를 쓰면서 수많은 눈물을 흘렸으리라 생각된다. 그 눈물 자국이 군데군데 눌려 있으니까.

 

 

모성에 대한 우리 모두의 부채감은 끊임없이 엄마를 반추하게 한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가 사라졌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걸 작가보다는 몇 년 전쯤 알아버린 나는 여전히 터널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반복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자에게 엄마의 존재란 세상 그 이상이지 않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멍한 순간이 늘어나는 건 엄마의 빈자리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내가 고통에서 헤어났으리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직도 깊은 터널 속에 있다. 그 터널의 어두움은 터널에 있어 본 이들만이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쉽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상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무섭다. 나는 이제 다시는 누구의 고통도 섣불리 재단할 수 없을 것 같기 떄문이다.

 

엄마를 잃기 전 내가 했던 수많은 위로의 말이 허공에 떠돌아다녔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작가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실제로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그 세계를 알 수 없다.

 

 

 

 

엄마가 없는 나는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그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엄마 없이 사는 법을 배우는 건 온 세계를 다시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읽기를 잘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실과 애도의 마음이 클 텐데, 이것을 글로 하나하나 적어내려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나 역시 그 글들을 통해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지가 생긴 느낌이 든다. 같은 슬픔을 간직한 동지.

엄마가 생각날 때, 그래서 펑펑 울고 싶을 때 한번씩 꺼내보면 좋을 책.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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