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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교토 (꽃길 에디션)
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평점 :

날이 더워지면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 길이 빈번해졌다.
손에는 내용이 무겁지 않은, 깨알 기쁨을 주는 여행 에세이 한 권 들고.
그야말로 피서를 가는 거다.
<하루하루 교토>(주아현 지음 / 상상출판 / 2019)는 1996년생으로 외식조리학부 학생이자 쇼핑몰 CEO인 주아현 작가의 '교토 한 달 살아보기' 체험담이다.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 동안 교토에 머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진과 글로 편하게 써내려간 여행에세이다.

교토에 한 달간 살아보고자 했던 이유는 이 도시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 때문이었다. 처음 오사카 여행을 계획할 때 교토는 그저 신사가 많은 관광지 느낌이라 내 마음속에서 가고 싶은 장소의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중략)
하지만 아무 기대도 없던 교토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동안,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이 동네의 풍경 때문에 나는 꼭 다시 교토를 오리라 다짐했다. 상상 속 고즈넉한 일본의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 순간, 내가 자주 찾아보던 사진이나 오래도록 봐온 만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일본 여행 하면 도쿄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교토는 나름의 고즈넉한 이미지로 로망을 가진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교토 여행서엔 어김없이 신사 이미지가 등장하고 어쩐지 세상에 모든 것이 '멈춤'이 된 것처럼 차분한 느낌을 주는, 교토는 그런 이미지를 가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순순히 저자의 취향과 기호에 맞춘 일종의 카페 투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장소와 느낌을 전하기도 했지만, 주된 흐름은 매일 카페를 가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그런 면이 오히려 번잡하거나 복잡한 여행이 아니라서 참 좋았다.

교토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컷을, 내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보니 아이러니하면서도 참 재미있었다. 이런 우연이라니!

20대 초반의 감성이라면 꾸미기 좋아하고 화려한 걸 좋아하진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은 고정관념이었음을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교토의 사진과 저자의 글을 보면서 진지하고 차분하고 때론 순수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삶을 대하는 태도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발랄할 필요는 없으니까.

교토 골목골목마다 작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나도 흠뻑 빠져있는 타마고산도도 카페 레시피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꼭 직접 가서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한둘이 아니었다. 카페를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다.

누군가의 가치 기준에 따라 나의 위시리스트를 세울 필요는 없다. 너무 사소해서 놓치고 있던 것을 적어보자. 여행에선 그 사소한 것들도 크게 다가온다.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작은 것이라도 다시 바라보는 위시리스트. 누군가는 '고작'이라고 말할지라도 내게만 가치가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은 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내 나이 서른에 혼자서 훌쩍 떠난 도쿄 여행이 생각난다. 혼자 떠난 여행은 처음이었는데, 아마 그때 이후로 내 인생의 심지가 좀 더 굳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가끔은 이렇게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하루하루 교토>처럼 취향에 맞는 여행에세이 한 권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