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도 지음 / 새움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지난주에 개봉한 영화 <돈>.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모두 나오기 때문이란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이게 여의도 증권가의 이야기라는 것. 그래서인지 그 생생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나는 책으로 먼저 <돈>을 접하게 되었다.(장현도 지음 / 새움출판사 / 2019). 표지에 주인공 조익현의 얼굴이 딱 등장한다.(책을 보다가 자꾸 표지를 보게 되는 징크스가 생겨버렸...) 배우 류준열이 아닌 '돈의 맛'을 알아버린 브로커 조익현의 얼굴이다.

 

500페이지 가까운 장편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쉬지 않고 쭉 읽을 수 있었던 건, 매일 긴장감이 넘치는 여의도 증권가라는 배경과 1초 차이로 시시각각 변해가는 금융시장 이야기,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작가의 깔끔한 필력이 더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쩜 이렇게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싶었더니 작가 프로필에 답이 나와 있다.

 

고려대 심리학 전공, 미국 일리노이대 경영학 전공, 금융가에서 법인 브로커 경력, 비합법적 사금융업체인 '부티크' 설립

 

일단, 재미있다. 특히 주식, 채권, 선물 등 금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은 용어와 상황이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조작과 사기가 난무하는 전쟁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부티크'라는 게 소위 '세력'이라 부르는 집단인가? 주가를 쥐락펴락하는 크고 작은 집단. 세력이 입성한 주식과 세력이 털고 나간 주식에 따라 개미의 인생이 좌우된다는 걸 이미 여러 경험으로 봐왔다. 개미로서는 어쩔 수 없는 금융시장인 것도 알게 되었고.

 

장편소설 <돈>에는 세력들의 치밀하고 은밀한 암투극이 잘 그려 있다. 속상한 부분도 있고, 메모로 남길 만한 글귀도 자주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영화에서 어떻게 열연했을지 상상하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평범하디 평범한 조익현(류준열)이 어떻게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지 그 과정이 섬세했고, 번호표(유지태)가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지도 깨닫게 되었으며, 금감원 직원인 한지철(조우진)이 얼마나 억울하겠는지 감정이입이 되었다. 마지막은 소설과 영화가 같은지도 궁금하고.

 

간만에 소설을 읽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독자로서 그리고 개미로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래가 있는가 반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금융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하지만 내 눈에는 보여, 너는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그래, 돈은 올림픽의 금메달과 똑같아. 진정 금메달을 갈망하는 스포츠맨이 정말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것처럼, 돈도 그것을 움켜쥐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만 가게 돼 있어. 다 큰 어른이 그 이치를 모르진 않을 텐데?

 

 

 

고위험 고수익.

누가 지어낸 말인지 꽤나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 정반대이다.

 

고수익 고위험.

그렇다. 엄청난 보상 뒤에는 항상 그에 상응하는 무시무시한 대가가 따라온다.

 

 

 

파멸 협력자.

번호표와 조익현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누군가 혹은 어느 기업이나 기관이 파멸하게 되면, 거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금을 취하는 악의적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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