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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다도(茶道)
[명사] 차를 달이거나 마실 때의 방식이나 예의범절.
차를 마신다는 것은 예의와 격식을 함께 마신다는 것. 차를 마시는 걸 다도(茶道)라고 부르는 특별한 이유이다. 평소엔 커피를 즐기지만, 차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싶을 때, 근심 걱정이 생길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향기롭고 따뜻한 차 한 잔이면 금방 해결되기도 한다.
다도에 관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제목은 <일일시호일>. 이 영화의 원작 에세이인 <매일매일 좋은 날>(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9)을 읽고 다도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책을 읽은 것뿐인데, 마치 차를 마시듯 잔잔한 감동이 몰려왔다.
저자인 모리시타 노리코는 스무 살 때 다도를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넘게 차의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려 40년. 이 책은 그녀가 다도를 처음 접했을 때, 그리고 이후의 삶들에 대해 담백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묘사와 과정들이 생생해서 마치 내가 다실에서 데마에(차를 내는 행다법)를 하듯이 몰입되었다.
이 책이 특별한 건, 다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차를 우려내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 정성, 디테일이 살아있는 하나의 '인생'처럼 보였다. 때론 기다림으로, 때론 설렘으로, 따뜻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아있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영화 한 편을 보듯 생생했다. 빠른 속도로 가지 않고,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다도의 모습이, 모든 게 속도전인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권유가 아닐까 싶다. 책을 읽은 후의 세세한 느낌을 표현하기보다는 기억에 남는 구절로 이 느낌을 대신하는 게 좋겠다.

'신은 사소한 곳에 깃든다.'라는 말이 있는데, 차야말로 정말 사소하고 세세한 곳까지 심혈을 기울인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전에는 입춘이다, 입추다,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뭐, 입추? 아칙 8월 초인데? 한여름이잖아." 하면서 실제 계절과 동떨어져 있다고만 여겼다. 달력 같은 건 과거의 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길잡이처럼 느껴졌다. 절분이나 입춘과 같은 날이 "자, 이제 곧 봄이야." 하며 나를 격려했다. 달력이라는 존재에 봄을 기다리는 생물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옛사람들도 이렇게 계절과 마음을 동일시하면서 살아남으려고 했을 것이다.
절분, 입춘, 우수. 그렇게 손꼽아 세어 가며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몇 번이나 겨울로 되돌아갈 때마다 시험에 들면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인생의 어느 계절을 넘어서려고 한 것이겠지.
그래서 다인들은 명절이나 계절의 행사를 하나하나 소중히 축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계절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