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해외 명저들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건 '번역'이라는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원서를 일일이 대조해보지 않는 한, 번역가를 믿고 번역본을 읽게 된다. 그래서 번역이 중요하다.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하며 새로운 번역서를 내놓은 이정서 번역가가 이번엔 <어린 왕자>의 오역을 지적하는 책을 썼다. <<어린 왕자>로 본 번역의 세계>(생텍쥐페리, 이정서 지음 / 새움출판사 / 2019)라는 제목을 달고 온 400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이다. 이 책이 두꺼운 이유는 <어린 왕자>의 원서와 이를 번역한 내용이 좌우로 펼쳐져 있고,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에 대한 작가의 노트가 챕터마다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여러 버전의 <어린 왕자>를 보았지만,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내가 어려서, 또는 내가 아직 이 책을 읽을 만한 그릇이 되지 않아서 이해를 못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왜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지에 대한 답이 이어진다. 단어 하나만 잘못 해석해도 전체 내용이 흐트러지고, 원작자의 의도가 빗나간다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의역에 익숙한 우리는 번역에서 대명사를 만나면 그것을 꼭 풀어 써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그렇게 대명사로 대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작가의 문체를 위해서도 그러하거니와 오역을 막기 위해서도 대명사는 반드시 대명사로 받아 주어야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들 터입니다.

 

 

 

이렇듯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작가가 문장 속에 선택하는 하나의 단어는 그 나름 고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번역이라고 해서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이지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기에, 저자가 말하는 것의 반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Bonjour와 Bonsoir의 차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안녕'이라고 번역한 것은 시간 개념이 빠진 상태로 독자에게 전달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tu와 vous의 차이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서는 원서와 타 번역본을 보았을 때 비로소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책을 원서와 비교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에 번역본을 그대로 믿고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독자들이 이해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문장 중에 설명을

덧붙이는 행위는 역자의 오만이며, 그만큼 저자와 독자를

무시하는 행위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어떤 문장이 직역으로 안 되겠다고 느껴

역자 임의로 의역을 하는 순간 그건 곧 '오역'이 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번역은 반드시 직역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모든 번역은 기본적으로 '의역'입니다.

한 언어의 의미를 타 언어의 의미로 옮기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조차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주장하는 직역의 의미는 곧,

작가의 문체를 '최대한' 살려서 그 뜻을 '가능한' 정확히

새기자는 데 있습니다.

작가가 쓴 주어, 동사, 쉼표, 마침표, 대멍사, 접속사 등등

그 하나하나에는 작가가 그렇게 쓴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대학에서 영문학과 중문학을 함께 전공했던 터라 '번역'이 무척 어려운 분야임을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뜻풀이를 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제대로 옮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문화, 역사 등 사회적 배경까지 통달해야 하는, 실로 엄청나게 어려운 분야이다. 그런데 요즘 번역서를 가끔 보면, 이게 번역기를 돌린 건가 싶을 정도로 엉성하고 이상하게 번역된 책들이 종종 보인다. 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도대체 이 번역가는 내용을 이해하고 옮긴 것인가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이정서 번역가가 예전에 카뮈의 <이방인>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걸 하나하나 짚어가는 내용을 페북에서 자주 보았다. 기존 번역자들이나 업계 사람들에게는 질타를 받았을지 모르겠으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번역은 매우 반갑다. 그리고 번역의 정확도를 보다 높이려고 하는 한 번역가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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