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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평점 :

우연일까. 바로 직전에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를 읽고 서평을 썼는데, 이번에도 '독립'이다. 내가 연달아 '독립' 책을 고른 걸 보면, 마음 속에서 "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십팔 독립선언>(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
얼핏 보면 욕(?) 같기도 하지만 스물 여덟 살에 독립을 선언한다는, 꽤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물론 나이와 욕을 한번에 말하고 싶은 저자의 의도가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현재 배달의민족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매달 번 돈의 5%를 한국 힙합 부흥을 위해 쓰고 있단다. 광명에서 회사가 있는 잠실까지 출퇴근이 힘들어서 독립을 한 지 3년차. 이제 제법 독립가(?)로서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이 책을 쓰기도 했고.
광명, 잠실 두 곳을 모두 살아본 나로서는 그 거리가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때 얼마나 멀고도 고통스러운 거리인지 잘 알고 있다. 특히 그것이 출퇴근길과 맞물릴 경우에는 거의 초주검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독립을 꿈꾸게 되었고, 실행을 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아침,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 내 삶이란 선물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혼자라서 감당하기 힘든 것도 있고, 외롭고 무서운 것도 있다. 세상이 점점 무서워지니, 원.
그럼에도 스물 여덟 살의 저자가 독립을 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두 혼자 살고 나서야 가능해진 이야기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 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며 최고의 환경이겠고.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나는 이제서야 이 문구가 보였다. 일 년이라도, 아니 한 달이라도 나만의 독립 공간에서 혼자 살아보는 연습을 해보았으면 경험치가 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늘 북적이는 집에서 살다보니 나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에 독립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나 후배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진짜 어른은 독립 선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표현이 좋다.
일기장에 '너무 행복해'라고 적었다가 박박 지워버렸다. 오늘을 너무 좋아하면 내일이 질투할까봐.
마지막 페이지에,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써 있길래 필사를 해보았다. 한 문장, 한 문장 쓰면서 나는 언제쯤 독립선언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감히 '독립'이란 단어를 쓰는 것조차 지금은 사치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