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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
윤혜진 지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린 왕자>. 워낙 유명한 터라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본 소설. 하지만 유명한 구절만 알고 있는 건 아닌지. 나도 어릴 적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유명한 부분은 익숙해서 알고 있지만.
여기, <어린 왕자>와 작가인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이란 부제로 새로운 책이 나왔다. 제목은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윤혜진 지음 / 넥서스 / 2018). 이 책에서 특이한 점은 1940년 전후 생텍쥐페리가 그린 오리지널 드로잉과 사진자료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를 비행사이자 작가로만 기억하지, 드로잉을 하는 예술가였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히 그 수준이 남달랐다.
이 책의 저자인 윤혜진 박사는 서강대 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학교와 학원, 대사관 한글학교에서 국어와 논술을 가르쳤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인상 깊게 읽어온 <어린 왕자>의 다양한 뒷이야기와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견해를 담백하게 그린 책이 바로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이다.
책은 전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나뉜다. 비행사였고,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만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생애와 사상, 환경, 결혼, 우정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전반부와 <어린 왕자>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편안한 어투로 설명해준 후반부로 나뉜다.
생텍쥐페리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가문의 성씨란 이야기도 새롭다. 정식 이름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앙투안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었다. 아내인 콘수엘로와의 만남도 극적이었다. 이미 두 번의 사별을 한 콘수엘로가 두 번째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생텍쥐페리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둘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수월하진 않아서 각자 '자유로운 영혼'으로 지내다가 결국엔 다시 콘수엘로의 곁으로 돌아온 생텍쥐페리의 모습이 어딘가 모성애를 기대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실제 사진과 어린 왕자 드로잉의 여러 버전들도 다채로웠다. 무엇보다 '친구'와 '관계'를 소중히 여긴 생텍쥐페리의 생각이 <어린 왕자>에도 잘 드러났다. 여러 별들을 거치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장미와 여우와 대화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언들이 쫙 펼쳐진다.

우리는 소유에 대해서 대립되는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하는 이들은
'소유'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것, 이를테면 땅과 나무, 산과 같은
자연물에 대해서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연 상태에서 누구의 것도 아니던 것이
어느 날 누군가의 것으로 둔갑하면서
소유의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소유란 모든 것을 자기만의 것으로 삼거나
다른 이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면서 시작되는
'폭력'의 과정이라고도 말합니다.
<어린 왕자>는 세상에 위로받아야 할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 모든 사람,
때론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친구들이자,
때론 여러분과 나처럼 다른 친구와의 관계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이며,
때론 가난으로 인해 고생하는 친구들이고,
때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친구들이며,
때론 마음이 가난해진 친구들이고,
때론 사랑할 마음을 잃어버린 친구들 등
위로받아야 하는 모든 친구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