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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몸에 새겨지는 몰입 영어 - 몰입의 대가 황농문 교수의 궁극의 공부법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예전에 한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브랜드 업계에서 유명한 대표님이 추천하신 책으로 황농문 교수의 <몰입>이 있었다. 그래서 당장 2권을 구입해서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몰입 영어>(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는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영어'에 접목시킨 것으로, 어떻게 영어에 몰입하는가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몰입의 대가 황농문 교수의 궁극의 공부법'이란 부제답게 어떻게 하면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지 쉽고 명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몰입이란 목숨이 걸린 중대한 순간에 잡다한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한 가지 모교에만 집중하는, 일종의 뇌의 비상사태다.
당시 <몰입>을 읽었을 때 받은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하루 종일 책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서 읽어지는 게 아니며, 잠깐이라도 '몰입'을 했을 때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런 몰입의 자세를 '영어'에 접목하니 실력이 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보니 황농문 교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무터 영어 문장을 해석하지 않고, 읽는 즉시 이해하는 직독직해를 훈련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영어 이야기책이나 소설을 즐겨 읽기 시작했고, 다른 공부는 하지 않고 영어 소설만 읽는다는 이유로 고2 여름방학부터는 부모님으로부터 '영어 공부 금지령'을 내릴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영어를 좋아할 정도라면 이건 '타고 난 게 아닐까'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타고 난 것에서 그쳤다면 중간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 멈췄을 것이다. 황 교수는 그만큼 반복하고 노력하고 영어에 몰입했고, 마침내 한국어를 거치지 않는 '직독직해'의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영어를 배워야 하는 명확한 목적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몰입'의 이유가 생기고, 몰입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무한반복'과 '직독직해'이다. 그 어떤 노하우도 '반복'을 따라올 수 없다는 것. 또한 저자는 우리가 영어를 잘못 배운 게 영어를 듣고 우리말로 해석하고 또 다시 영어로 하려니 실력이 늘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바라 많은 공감이 될 것이다. 심지어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내가 외국에 가서 벙어리가 되는 걸 보고 남편이 의아하게 바라보더라. 말은 다 알아 듣는 것 같은데 초반엔 입을 다물고 있고, 이제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되면 입이 열려서 그때부터 완벽한(?) 문법의 영어 문장이 튀어나온다고. 이게 바로 한국 영어 교육의 부작용이다.
해외에 가면 남편이 오히려 영어를 더 잘했다. (잘한다기보다는 두려움 없이 줄줄 내뱉는(?) 것이지만, 그래도 대화가 되는 게 신기했다.) 그건 아마도 대학생 때 1년 간 해외연수를 다녀온 남편이 이론 공부도 하기 전에 외국인을 만나 입을 먼저 열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영어를 듣고, 한국말로 해석하고, 또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고, 문법을 따져서 문장을 조합하고, 결국 한참 후에야 입에서 튀어나오는 한국식 영어를 평생 구사하고 있었다. 4년 동안 등록금 내며 다닌 결과가 이 지경이라니, 부끄럽다.
저자는 책에서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무한반복학습'을 강조한다. 그리고 저자의 동료 교수가 경험한 이야기에 나 역시 큰 공감이 되었다. 동료 교수가 미국에 1년간 다녀왔는데 9살 아이와 6살 아이 중 동생의 영어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는 것. 9살만 되어도 벌써 한국에서 영어를 웬만큼 배워 '한국식 영어'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입이 잘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보았다. 8세 큰 아이와 5세 작은 아이가 요즘 유튜브를 보며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데(정확하게 말하면 중국어 배움을 가장한 종이접기 동영상) 영상을 꾸준히 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5살 둘째가 스폰지처럼 중국어를 흡수하는 걸 보고 '아, 이래서 조기교육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나는 선행학습이나 조기교육은 여전히 반대하는 엄마의 입장;;)
이 책이 유용했던 또 다른 이유는 영어 단계별로 어떤 사이트, 어떤 교재로 하는 것이 더 좋을지 다양한 추천이 있다는 것. 특히 이제 초등학생은 3학년부터 영어 교과가 시작되는 관계로, 나를 비롯하여 많은 엄마들이 1~2학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자연스럽게 영어 동영상이나 교재를 통해 무한반복을 함으로써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좋겠다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