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김설기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가슴 속에 우울한 감은 다 있는 거잖아요?"

<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유명 드라마 대사가 이렇게 바뀌어서 내 마음에 저장되었다. 겉으론 밝고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이더라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가슴 한켠엔 우울함이 도사리고 있다. 다만 티가 나지 않을 뿐, 우울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고 있는 '국민병'이기도 하다.

저자인 김설기 작가는 공공기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한 차례 이직을 했으나 4년 만에 퇴사를 하고, 이후 4년째 우울증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우울증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한 우울증 환자의 마음을 그리고 쓰는 인스타그램 '딸기설기 마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책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작가의 힘든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에. 늘 밝게 보이고 싶어하는 내 마음에 투영되면서,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우울감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참 열심히 살아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공기관에 다니면서 배우고 싶은 것도 끊임없이 배우고, 늘 에너지가 넘치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무의미해지고, 사는 것이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하는 날이 계속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렸다는 부담감에 자괴감은 더욱 커졌다.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러다가 남자친구의 권유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더불어 정신과 치료도 시작했다. 그리고 4년. 이제 많이 좋아졌고, 그만큼 삶을 대하는 생각의 깊이가 달라진 느낌이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터널에서 작가가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본인과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인스타그램에 '딸기설기 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며, 함께 힐링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왜 우울할까. 자신을 버리고 싶을 만큼 그렇게 우울할까. 충분히 이해한다. 아마 작가도 내가 느꼈듯 '번아웃'이 실마리가 되지 않았을까. 업무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다가 한번에 훅 무너지는 무서운 상태, 번아웃. 바닥 끝까지 경험해보고 다시 자신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그쳐 이제는 삶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생겼다. 저자가 생각한 우울증의 원인.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내가 나를 사랑하는지 몰랐을 뿐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내 자신이 싫어서 버려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내면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 이제라도 알게 되니 다행이구나 싶다. 그리고 왜 그렇게 무기력한 시기가 주기적으로 오는지에 대한 답을 찾은 것도 같다. 저자의 담백한 글이 내가 모르던 나를 깨우치게 해주었다.

김설기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살포시 팔로잉을 눌렀다. '우울해도 그런대로 사는 일상'이라는 프로필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극한 상황까지 자신을 던졌을 때 비로소 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처럼, 자신을 바닥으로 내던진 후에 비로소 내면의 진심과 만나게 되는 순간을 경험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작가가 쓴 한 마디.
'너무 나쁘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 날들이
계속되세요(?, 계속되기를?)'

내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우울함의 원인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살아야 할 이유도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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