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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평점 :

<하루의 취향>(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
얼마나 오랫동안 봤던 걸까. 페이지 넘기는 게 아까워 곱씹어 읽다보니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카피라이터라는 명함을 갖고 있기에, 다른 카피라이터들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가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카피라이터가 쓴 책 중 광고제작기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게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연식(?)이 꽤 되어서인지, 카피라이터가 쓴 '탈광고책'이 더 좋다.
앞서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을 썼던 김민철 카피라이터. 그가 남자 카피가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었고,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으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도 예전 에세이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김민철 카피라이터의 팬이기도 하다. 책장에 그 책들이 모두 꽂혀 있다.
이 책을 보니 좀 더 그녀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뭔가 더 친밀해진 느낌이 든다. 나보다 두어 살 어리지만 생각은 몇 배 깊다는 것도, 그리고 남편과 삶의 코드가 아주 잘 맞는구나 라는 것도. 그들의 집을 '망원호프'라 부르는 것도 인상깊었고,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깨달은 바도 일반 여행책스럽지 않아서 참 좋았다. 관광이 아닌 '살아보기' 여행을 하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또 한 명의 카피라이터이자 작가인 김하나 씨와의 일화도 무척 재미있다. 철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재미있고,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된 후로 엘리베이터에 물건만 실어 오르락내리락 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참으로 인생을 즐겁게 사는 사람들이다.
보통 책을 읽다가 인상깊은 구절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서 보관을 하는데, 이 책은 전혀 그런 게 없다. 왜냐하면 책 전체가 인생구절이기 때문이다. 어떤 걸 찍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갑자기 책을 쫙 펼쳐서 나오면 그 페이지에 또 멋진 글이 써 있다. 깊은 사유에서 오는 자신만의 취향. 그래서 그녀가 살고 있는 하루의 취향을 존중한다.
예전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을 좋아했다. 미사여구가 많고 비유와 은유가 많은 책. 어쩜 이런 생각을 했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이 바글바글한 책을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글이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담백한, 꾸밈 없는, 양념(?)을 치지 않은 글이 마음에 평안을 주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기준을 가뿐히 넘어서는 진솔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