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평점 :

페이지를 넘기기가 아쉬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까웠다.
문장마다 단어마다 어쩜 어쩜.
탄성이 터지는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
<사적인 시차>는 그만큼 잘 쓰고, 잘 찍은 포토에세이다.
내가 좋아하는 톤의 글이다.
구구절절 인생기를 풀어놓은 것도 아니고,
온갖 비유와 미사여구를 더한 것도 아니며,
입에 발린 말로 억지 희망을 주입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경험을 영웅담처럼 늘어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룬아'라는 사람이 보인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에
'룬아'라는 작가는 잘 몰랐지만
'더콤마에이'라는 카페도 몰랐지만
이 책을 보는 동안
'룬아'라는 사람이 무척 흥미로웠고
즐거운 삶을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무척 재미있는 인생을 살아가리라 생각되었다.
CD가 시각디자인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던 저자.
미대에 갔고 박사 과정을 밟으며 대학 강의도 하는 저자.
'더콤마에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더콤마에이>라는 인터뷰 전문 웹진을 운영하는 작가.
이제 엄마가 된 저자.
어린 시절을 남미에서 보내서일까.
자유로운 영혼이 글마다 느껴진다.
아직 6월이 끝나지 않았지만
내게 <사적인 시차>는 올 상반기 인생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만큼 글이 뽀송뽀송하고
(내가 좋아하는 페이퍼 기사를 보는 듯^^)
사진도 그야말로 화보다.
틈날 때마다
한 꼭지씩 필사를 하고 싶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책에서 저자는 승부욕, 질투가 많다고 털어놨다.
나는 안 그런 스타일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나도 질투의 화신이었다.
이렇게 잘 쓴 글을 보니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글쓰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있었나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어떻게 글을?
글 쓰는 사람이 어떻게 그림을?
그게 진리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깨닫고 또 반성했다.
마지막 장에
임신에 대한 고민과
임신으로 인해 누워만 지냈던 시기가 적혀 있었다.
이후 내용이 궁금해서 그녀의 인스타에 가보니
오오오오~출산을 해서 조리중이었다.
뭔가 이야기가 계속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