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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에 대하여
류진희 지음 / 헤이북스 / 2018년 4월
평점 :
깨어있는 시간의 8할은 라디오를 듣는 나.
때때로 신청곡과 사연을 보내 선물을 받은 적도 여러 번.
어렸을 적 엄마가 손빨래할 때
왜 라디오를 틀어놓고 하는지 궁금했던 나.
이제 아이들 옷과 실내화를 빨 때 라디오를 항상 켜놓는 나.
중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소니 워크맨에서 시작된 라디오 사랑이
수십 년을 훌쩍 뛰어넘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그래서인지 한때 라디오작가를 꿈꾸기도 했는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류진희 지음, 헤이북스, 2018).
20년째 라디오작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에세이다.
눈물 쏙 빼는 사연, 배꼽 터는 사연 등 라디오작가를 하면서
재미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짧고 편하게 적어내려간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르의) 책이다.
무심한 듯 툭 내뱉는 이야기가 시선을 멈추게 하고,
마치 DJ가 말하는 것처럼 편하게 읽히는 걸 보면
천상 작가이구나, 싶다.
그리고 내가 한때 라디오작가를 꿈꿨다는 건 비밀로 해야겠다.
이 책을 보니 작가는 정말 아는 게 많다. 아니 아는 게 많아야 하나보다.
가령, '작가는 철새다'라는 화두를 던지면
작가에 대한 감상적인 느낌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백과사전을 보는 듯 '철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어졌다.
이런 깊이 있는 지식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집필하니
똑똑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존경의 마음이 불끈 샘솟는다.
제목의 라임(힙합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카피라이터로서 말맛을 중요하게 여김)부터
남다르고, 역시나 글 내용도 짧지만 여운을 많이 남긴다.
라디오가 주는 매력은
노래도 노래지만 우리네 살고 있는 사연이 가득하다는 것.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했다.
언제 열어도 기분 좋을 이야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