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평점 :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반전도 있다. 그리고 모정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20세기 후반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잘 알려진 미야모토 테루의 신간 장편소설이다. 이름은 낯익지만 그의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지난번에도 밝혔듯 일본소설은 많이 읽어보질 못해서;;) 그런데 이 한 권의 책을 보고 반했다.
내용상으로만 본다면 스릴러나 추리소설인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서정문학의 대표작가답게 서정적이고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 조용함 가운데 풀꽃들의 흔들림과 나부낌이 들릴 정도였으니.
책은 고모의 죽음으로 갑작스럽게 400억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 조카(오바타 겐야)가 과거 고모의 딸, 즉 고종사촌 동생의 실종을 캐가면서 과거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고모의 딸인 레일라는 병으로 죽은 걸까, 유괴된 걸까, 살아있긴 한 걸까. 책을 보는 내내 눈을 뗴지 못했다. 그리고 알려진 실체.
요즘 미투 운동과 맞물려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폐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실감나기도 했고,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참하거나 비극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떠오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책이다.
풀꽃 하나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 그건 단순한 풀 하나가 아니라 생명의 혼이며, 우주 그 자체라는 것도 감명깊었다. 머릿속에 기쿠에 고모의 저택과 정원이 또렷하게 그려질 만큼 묘사력이 뛰어났다. 책을 끝까지 읽고 다시 표지를 보니, 이제 저 소녀의 뒷모습을 이해할 것도 같다. 모쪼록 소녀의 마음이 치유되길 바란다.(너무 감정이입을 했나;;;)